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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수

해금수

記余五六歲。見奏嵇琴乞米者。顔髮如六十餘歲人。每曲輒呼曰嵇琴阿。汝作某曲。琴若答應。而作如一翁一婆。鮑喫豆粥。腹痛大發聲。疾聲告鼫鼠入醬瓿底。南漢山城賊。此處走彼處走等意。丁寧詳悉。俱是警人語也。乃余周甲歲。叟又來余家乞米如當日。想叟之年已過百餘。異哉異哉。

翁婆豆粥痛河魚。鼫鼠休敎穿醬儲。自與阿咸相問答。竊聽都是警人書

내가 대여섯 살 때로 기억된다. 해금을 켜면서 쌀을 구걸하러 다니는 사람을 보았는데 얼굴이나 머리털이 예순남짓 된 사람이었다. 곡을 연주할 때마다 문득 누군가 불렀는데 “해금아! 네가 아무 곡을 켜라.” 하면 해금이 응답하는 것처럼 곡조를 켰다. 늙은이와 해금이 마치 영감과 할미 양주 같았다. 콩죽을 실컷 먹고 배가 아파 크게 소리를 지르는 흉내도 내고 빠른 소리로 ‘다람쥐가 장독 밑으로 들어갔다’고 외치는 흉내도 냈다. 남한산성의 도적이 이 구석 저 구석으로 달아나는 흉내도 정녕 그럴듯하게 냈다. 그게 모두 사람을 깨우치는 말이었다. 내가 회갑 되던 해에 노인이 다시 내 집으로 와서 예전같이 쌀을 구걸했다. 노인의 나이가 이미 100살은 넘었을테니 기이하다, 기이해!

영감과 할미가 콩죽 먹고 배탈났다네
다람쥐가 장독 밑을 뚫지 못하게 해라
스스로 조카와 묻고 답하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모두 사람을 깨우치는 말일세

조수삼 [추재집]권7 기이 <해금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