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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춘

유우춘

徐旂公曉樂律喜客 客至命酒 鼓琴吹笛以侑之 余從之游而樂之 得其奚琴焉以歸 含聲引手 作蟲鳥吟 旂公聞而大驚曰與之粟一溢 此褐之夫之琴也 余曰何居 旂公曰甚矣 子之不知樂也 國之二樂 曰雅樂曰俗樂 雅樂者古樂也 俗樂者後代之樂也 社稷文廟用雅樂 宗廟參用俗樂 是爲棃園法部 其在軍門曰細樂 鼓厲凱旋嘽緩要妙之音 無所不備 故游宴用之 於是而有鐵之琴安之笛 東之腰鼓卜之觱篥 而柳遇春,扈宮其 俱以奚琴名 子如好之 何不從而師之 安得此褐之夫之琴乎 今夫褐之夫 操琴倚人之門 作翁媼嬰兒畜獸雞鴨百蟲之音 與之粟而後去 子之琴無乃是乎 余聞旂公之言大慙 囊其琴而閣之 不解者數月 宗人琴臺居士來訪 居士爲故縣監柳雲卿子 雲卿少任俠善騎䠶 英宗戊申 討湖賊著軍功 悅李將軍家婢 生二子 余從容問居士二弟者 今皆安在 曰噫 皆在爾 吾故人有爲邊郡太守者 吾足踔二千里 得五千錢 歸李將軍家 贖此二弟 其長居南門外販網巾 其季籍龍虎營 善於奚琴 今之稱柳遇春奚琴是已 余愕然始記旂公之言 旣悲名家之裔 流落軍伍 又喜其能名一藝以資生也 遂從居士訪其家 十字橋西 艸屋甚潔 獨其母在 涕泣道舊 呼婢跡遇春告有客 已而遇春至 與之言 諄諄然武人也 後夜月明 余篝燈讀書 有衣黑罩甲四人者咳而入 其一乃遇春也 大壺酒一彘肩 藍槖帶紅沈柿五六十顆 三人者分持之 遇春揎袖大笑曰今夜且驚書生 使一人跪行酒 半酣顧謂之曰善爲之 三人從懷中出笛一奚琴一篥一 合奏且闋 遇春就琴者膝 奪其琴曰柳遇春奚琴 惡可不聞 信手徐引 悽婉慷慨 不可名狀 擲琴大笑而去 琴臺居士將歸 理裝在遇春家 遇春具酒要余 坐置大銅盆 問其故 曰備醉嘔也 酒行其盃椀也 有在異室中燒牛心 度酒一行 割而不提 承一盤卧一箸 使婢跪而進之 其法與士君子相聚會飮酒有異也 是時余盖携囊中琴往 出而示之曰此琴何如 昔者吾有意於子之所善 臆而爲蟲鳥吟 人謂之褐之夫之琴 吾甚病之 何以則非褐之夫之琴而可乎 遇春拊掌大笑曰迂哉 子之言也 收之嚶嚶蠅之薨薨 百工之啄啄 文士之蛙鳴 凡天下之有聲 意皆在乎求食 吾之琴與褐之夫之琴 奚以異哉 且吾之學斯琴也 有老母在爾 不妙何以事老母乎 雖然吾之琴之妙 不如褐之夫之琴之不妙而妙也 且夫吾之琴與褐之夫之琴 其材一也 馬尾爲弧 澁以松脂 非絲非竹 似彈似吹 始吾之學斯琴也 三年而成 五指結疣 技益進而廩不加 人之不知益甚 今夫褐之夫也 得一破琴 操之數月 聞之者已疊肩矣 曲終而歸 從之者數十人 一日之獲粟可斗而錢歸撲滿 毋他 知之者衆故耳 今夫柳遇春之琴 通國皆知之 然聞其名而知之爾 聞其琴而知之者幾人哉 宗室大臣夜召樂手 各抱其器 趨而上堂 有燭煌煌 侍者曰善且有賞 動身曰諾 於是絲不謀竹 竹不謀絲 長短疾徐 縹緲同歸 微吟細嚼 不出戶外 睨而視之 邈焉隱几 意其睡爾 少焉欠伸曰止 諾而下 歸而思之 自彈自聽而來爾 貴游公子翩翩名士 淸談雅集 亦未甞不抱琴在坐 或評文墨 或較科名 酒闌燈灺 意高而態酸 筆落箋飛 忽顧而語曰汝知爾琴之始乎 俯而對曰不知 曰古嵇康之作也 復俯而對曰唯 有笑而言曰奚部之琴也 非嵇康之嵇也 一坐紛然 何與於吾琴哉 至若春風浩蕩 桃柳向闌 中涓羽林 狹斜少年 出游乎武溪之濱 針妓醫娘 高䯻油罩 跨細馬薦紅 絡繹而至 演戱度曲 滑稽之客 雜坐詼調 始奏鐃吹之曲 變爲靈山之會 於是焉煩手新聲 凝而復釋 咽而復通 蓬頭突鬢 壞冠破衣之倫 搖頭瞬目 以扇擊地曰善哉善哉 此爲豪暢 猶不省其微微爾 吾之徒有宮其者 暇日相逢 解囊摩挲 目捐靑天 意在指端 差以毫忽 大笑而輸一錢 然兩人未甞多輸錢 故曰知吾之琴者 宮其而已 宮其之知吾之琴 猶不如吾之知吾之琴之爲益精也 今吾子欲捨功易而人之知者 學功苦而人之不知者 不亦惑乎 遇春母死棄其業 亦不復過余 盖孝而隱於伶人者也 其言技益進而人不知 則豈獨奚琴也哉
-유득공 [영재집] 권10 「유우춘전」


서기공은 음악에 조예가 깊은데다 손님을 좋아해서 누가 찾아오면 술상을 벌이고 거문고를 뜯거나 피리를 불어 주흥을 도왔다. 나는 그를 따라 놀며 즐겼는데 한번은 해금을 얻어가지고 가서 소리를 머금고 손을 끌어다 벌레와 새들의 울음 소리를 내어보았다. 그랬더니 서기공이 귀를 기울이고 듣다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좁쌀이나 한그릇 퍼주어라. 이건 거렁뱅이의 깡깡이다.”
나는 영문을 몰라서 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너무하군. 자네는 음악을 몰라. 우리나라에는 두 갈래의 음악이 있으니, 하나는 아악이고 다른 하나는 속악일세. 아악은 옛날의 음악이고 속악은 후대의 음악인데 사직과 문묘에서는 아악을 쓰고 종묘에서는 속악을 섞어 쓰니 이게 바로 이원의 법부라네. 군문에서 쓰는 것은 세악이니 용맹을 돋우고 개가를 울리는데 완만하고 미묘한 소리까지 두루 갖추지 않은 게 없어. 연의에서 이것이 쓰인다네. 여기에 철의 거문고, 안의 젓대, 동의 장구, 복의 피리가 있고 유우춘 ․ 호궁기는 해금으로 나란히 이름나지 않았던가. 자넨 어찌 이들을 찾아가서 배우지 않고 그 따위 거지의 깡깡이를 배워왔나. 대개 거지들은 깡깡이를 들고 남의 문앞에서 영감 ․ 할미 ․ 어린애와 온갖 짐승 ․ 닭 ․ 오리 ․ 풀벌레 소리를 내다가 곡식 몇 줌을 받아들고 가지 않던가. 자네의 해금은 바로 이런 따윌세.”
나는 기공의 말을 듣고 크게 부끄러웠다. 그래서 해금을 싸서 치워버리고 여러 달 동안 풀어보지도 않았다.
나의 종씨 금대거사가 나를 찾아왔는데 작고한 현감 유운경의 아들이다. 운경이란 분은 젊은 시절부터 협기가 있어 말달리기와 활쏘기를 잘했는데 영조 무신년 호적의 토벌에 군공을 세웠다. 그분이 이장군 집의 여종을 좋아해서 아들 둘을 낳았던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나는 조용히 거사의 두 아우가 요즘 잘 지내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아아! 모두 살아 있다오. 내 친구가 변방의 사또로 나가 있기에 발을 싸매고 이천 리를 걸어가서 오천 전을 얻어다가 이장군 댁에 두 아우의 몸값을 치르고 속량을 시켰지요. 그래서 큰아우는 남대문 밖에서 망건을 팔고 작은 아우는 용호영에 구실을 다니는데 해금을 잘 켠다오. 요즘 세상에서 ‘유우춘의 해금’이라 일컫는 자가 바로 내 아우라오.”
나는 기공의 말을 기억하고 깜짝 놀랐다. 명가의 후예로서 군졸로 떨어져 있는 게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하나의 기예로 일가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는 게 기뻤다.
나는 거사를 따라 십자교 서편으로 우춘의 집을 찾아 갔는데 초가집이 몹시 정결했다. 우춘의 늙은 어미가 혼자 눈물을 지으며 옛일을 이야기 했다. 한편으로는 계집종을 불러 우춘을 찾아 손님이 오신 것을 알리게 했다. 얼마 뒤에 우춘이 나타났는데 말을 붙여보니 순직한 무인이었다.
그 뒤 달이 밝은 어느 날 밤이었다. 내가 구등을 돋우고 글을 읽는데 검은 겉옷을 걸친 네 사람이 기침을 하며 들어섰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우춘이었다. 커다란 술병에 돼지다리 한 짝, 남색 전대에 침시 5,60개를 담아 세 사람이 나눠 들었다. 우춘은 옷소매를 걷어부치고 껄껄 웃으면서 “오늘 밤 글방 샌님을 좀 놀라게 해드리리다.”하더니 한 사람을 시켜 무릎을 꿇고 술을 따르게 했다. 술이 반쯤 취하자 우춘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잘들 해보자구.”
세 사람은 품속에서 각기 젓대 하나, 해금 하나, 피리 하나를 꺼내서 합주로 가락을 뽑았다. 우춘은 해금을 타는 옆으로 다가 앉더니 해금을 빼앗아 들며 말했다.
“유우춘의 해금을 안 들을 수 있겠소.”
능란한 솜씨로 천천히 켜기 시작했는데 그 처절 강개한 곡조를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우춘은 해금을 팽개치고 껄껄 웃으며 돌아가 버렸다.
금대거사가 귀향할 적에 우춘의 집에서 행장을 꾸렸는데 우춘이 술상을 차리고 나를 불렀다. 자리에 커다란 청동 동이가 놓였기에 무엇인가 물었더니
“취해서 토할 때에 쓰려고 준비한 거라오.”
했다. 술을 따르는데 술잔은 사발이었다. 다른 방에서 소의 염통을 구웠는데 술이 한 순배 돌면 베어서 들지 않고 소반에다 받쳐서 젓가락 한 모를 놓고 계집종으로 하여금 무릎을 꿇고 올리게 했다. 사대부들이 모여서 술 마시는 것과 예의 범절이 달랐다.
그때 나는 자루 속에 해금을 넣어가지고 갔는데 해금을 꺼내 들고 물었다.
“이 해금이 어떤가? 나도 전에는 자네가 잘하는 이 해금에 마음을 붙여보았는데 무턱대고 벌레나 새 울음소리를 내다가 남들에게 ‘거렁뱅이의 깡깡이’라고 비웃음을 샀다네. 마음에 겸연 쩍었지. 어떻게 하면 거렁뱅이의 깡깡이를 면할 수 있을까?”
우춘이 손벽을 치며 크게 웃었다.


“한심하군요. 선생의 말씀이여! 모기가 앵앵대는 소리, 파리가 윙윙거리는 소리, 쟁이들이 뚝딱거리는 소리, 선비들이 개굴 거리는 소리, 천하의 모든 소리들은 다 법을 구하는데 뜻이 있지요. 내가 타는 해금이나 거지가 타는 해금이나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내가 이 해금을 배운 까닭은 늙으신 어머님이 계시기 때문이었지요. 신통치 못하면 어떻게 늙으신 어머님을 봉양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내 해금 솜씨는 저 거렁뱅이보다 못하답니다. 저 거렁뱅이 솜씨는 묘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묘하지요. 내 해금이나 저 거렁뱅이의 해금은 같은 재료입니다. 말총으로 활을 매고 송진을 칠하였으니 비사비죽이요, 타는 것도 아니고 부는 것도 아니랍니다. 내가 처음 해금을 배우기 시작한지 3년 만에 이루었는데 다섯 손가락에 다 못이 박였지요. 기술이 더욱 높아갈수록 급료는 늘지 않고 사람들은 더욱 몰라주었답니다. 저 거렁뱅이는 허름한 해금을 한 벌 가지고 몇 달 만져본 것만으로도 듣는 사람이 겹겹이 둘러서고 해금을 다 켠 뒤에 돌아가면 따라붙는 사람만도 수십 명인데다 하루벌이가 말 곡식에 돈도 한 움큼 모인다오. 이는 다름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지요. 지금 유우춘의 해금을 온 나라 사람들이 알고 있다지만 이름만 듣고 알 뿐이지. 정작 해금을 듣고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되겠습니까. 종친아니 대신이 밤에 악공을 부르면 저마다 악기 하나씩을 안고 가서 허리를 굽히고 대청으로 올라가 앉지요. 촛불을 환히 밝혀 놓고 집사가 ‘잘하면 상이 있을걸세.’라고 하면 우리들은 그만 황공해서 ‘예이.’하고 연주를 시작하지요. 현악과 관악이 서로 맞추지 않아도 길고 짧고 빠르고 느린 것이 아득히 절로 맞아 돌아 가는데 숨소리 잔기침 하나 문 밖으로 새나오지 않을 즈음에 곁눈으로 슬쩍보면 주인은 잠자코 안석에 기대어 졸음이나 청한답니다. 이윽고 기지개를 켜면서 ‘그만두어라’하면 우리들은 ‘예이.’하고 물러나지요. 집에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제가 타는 것을 제가 듣다가 돌아왔을 뿐인데도 저 논다니 귀공자와 우쭐대는 선비들의 맑은 담론, 고상한 모임에는 일찍이 해금을 안고 끼이지 않은 적이 없다오. 저들이 문장을 평론하기도 하고 과명을 비교하기도 하다가 술이 거나해지고 등잔의 불똥이 앉을 무렵에는 뜻이 높고 태도가 심각해져 붓이 떨어지고 종이가 날다가 문득 나를 돌아보고 묻지요.
‘너는 해금의 시초를 아느냐?’ 내가 황망히 몸을 굽히고, ‘모르옵니다.’라고 대답하면 ‘옛적 해강이 처음 만들었느니라.’하지요. 내가 또 얼른 몸을 굽신하고 ‘예에. 그렇습니까.’하면 누군가 웃으면서 ‘아닐세. 해금은 해부족의 거문고라는 뜻이지. 해강의 해자가 당키나 한가.’라고 하지요. 이렇게 좌중이 분분하지만 그게 대체 나의 해금과 무슨 상관이 있겟습니까.
또 가령 봄바람이 화창하게 불고 복사꽃 버들개지가 흐트날리는 날 시종별감들과 오입쟁이 한량들이 무계의 물가에서 노닌다면 침기와 의녀들이 높이 쪽찐 머리에 기름을 자르르 바르고 날씬한 말에 붉은 담요를 깔고 앉아 줄을 지어 나타난답니다. 놀이와 풍악이 벌어지는 한편에선 익살꾼이 섞여 앉아서 신소리를 늘어놓지요. 처음에 <요취곡>을 타다가 가락이 바뀌어 <영산회상>이 울리게 되는데 손을 재게 놀려 새로운 곡조를 켜면 엉켰다가 다시 사르르 녹고 목이 메었다가 다시 트이지요. 쑥대머리 밤송이 수염에 갓이 쭈그러지고 옷이 찢어진 꼬락서니들이 머리를 그덕이고 눈깔을 까막거리다가 부채로 땅을 치며, ‘좋다!종아!’하지요. 그 곡이 가장 호탕한 것처럼 여기고 오히려 보잘 것 없는 줄은 모른답니다.
내 동료 호궁기와 한가한 날 서로 만나서 해금 자루를 끌어 해금을 어루만지며 두 눈을 하늘에 팔고 마음을 손가락 끝에 두어 털끝만치라도 잘못 켜면 크게 웃으며 한 푼을 냅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 다 돈을 많이 잃어본 적은 한번도 없지요. 그러니 내 해금을 알아주는 자는 호궁기 한 사람뿐입니다. 그러나 호궁기가 내 해금을 아는 것이 내가 나의 해금을 아는 만큼 정확하지는 않지요.
“이제 선생이 공력을 적게 들이고도 세상 사람들이 금방 알아 주는 것을 버리고 공력은 많이 들면서도 세상 사람들이 금방 알아 주는 것을 버리고 공력은 많이 들면서도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을 구태여 배우려 하시니 정말 딱하십니다.” 그 뒤에 늙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우춘은 자기 업을 버리고 내게도 다시는 들르지 않았다.
우춘은 아마도 효자이면서 악공들 속에 숨은 은자일 것이다. 우춘의 말에 “솜씨가 나아질수록 사람들이 더욱 알아주지 않는다”고 한 것이 어찌 해금 뿐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