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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천용

장천용

張天慵者。海西人。舊名天用。觀察使李公義駿巡至谷山。與之游。改之曰天慵。遂以天慵行。余任谷山之明年。鑿池爲亭。嘗月夜淸坐。思聽洞簫。獨語獨歎。有進于前者曰邑有張生者。善吹簫鼓琴。顧其人不喜入官府。今急發吏卒。至其家擁之可得也。余曰否。使其人而誠有執也。可擁之使至。又豈能擁之使吹哉。汝其往喩吾意。不肯母相強也。俄而使者復張生已至門矣。至則脫綱巾跣足。衣而不帶。方沈醉。眼光瀏瀏然。手有簫不肯吹。 索燒酒不已。與之三四杯。益酩酊無所省。左右扶而去。宿之于外。明日再召至池亭。只予之一杯。於是天慵斂容而言曰簫非吾所長。長於畫。令取絹本來。作山水神仙胡僧怪鳥壽藤古木凡數十幅。水墨凌亂。不見痕跡。皆蒼勁鬼怪。出人意慮之表。至摹狀物態。毫毛纖巧。發其神精。令人駭愕叫呶而不自已。旣而擲筆索酒。又大醉。扶而去。明日又召之。已肩一琴腰一簫。東入金剛山矣。越明年春。燕使來。有嘗有德于天慵者。掌修平山府館廨。要天慵施丹碧。而同事者持父服。天慵見其杖奇竹有異音。乃夜竊之。鑿孔爲洞簫。登太白山城中峯之頂。吹之竟夜而還。同事者恚甚叱之。天慵遂去。後數月。余解任歸。後數月。天慵特畫岢嵐山水以寓之。且言今年當徙居嶺東云。天慵有妻貌甚惡。夙抱癱瘓之疾。不能績不能鍼不能爨不能生產。性復不良。常臥訕天慵。而天慵眷係不少懈。鄰人咸異之。

장천용(張天慵)이라는 이는 해서(海西) 사람으로 옛 이름은 천용(天用)이었다. 관찰사 이공 의준(李公義駿)이 순찰을 하다가 곡산(谷山)에 와서 그와 함께 노닐면서 그 이름을 고쳐 '천용(天慵)'이라고 한 것이 마침내 천용(天慵)으로 행세하게 되었다. 내가 곡산에 부사(府使)로 부임한 이듬해에 연못을 파고 정자를 세웠다. 일찍이 달 밝은 밤에 조용히 앉아 퉁소소리 듣던 일을 생각하면서 홀로 중얼거리며 탄식하고 있는데, 어떤 이가 앞에 나와서 말하기를,

"읍내(邑內)에 장생(張生)이라는 사람이 있어 퉁소를 잘 불고 거문고를 잘 타는데, 다만 관부에 들어오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금 이졸(吏卒)을 급히 보내어 그 집에 가서 그를 붙들어 오게 하면 만나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나는 말하기를,

"안 된다 그 사람을 붙들어 이곳에 데려올 수는 있겠지만, 어찌 강제로 퉁소를 불게 할 수 있겠는가. 너는 가서 나의 뜻을 전하기만 하고, 오려고 하지 않거든 강제로 데려오지 말라."
하였다. 얼마 있다가 심부름 갔던 자가 장생이 이미 문에 와 있다고 아뢰었다. 온 것을 보니 망건은 벗어버리고 맨발에다 옷에는 띠도 두르지 않았으며, 매우 심하게 취해 눈빛이 거슴츠레하였다. 손에는 퉁소를 들었으나 불려고 하지 않고 계속 소주만 찾았다. 그와 더불어 서너 잔 마시니 더욱 취하여 인사불성이 되었으므로 좌우에 있던 사람들이 부축하여 데리고 가서 밖에다 재웠다.
다음날 다시 불러 연못의 정자로 오게 하여 술을 한 잔만 주니, 이에 천용이 자세를 가다듬고 말하기를,

"퉁소는 저의 장기가 아니고, 저는 그림에 장기가 있습니다."
하였다. 그림 그릴 비단을 가져오게 하여, 산수(山水)ㆍ신선(神仙)ㆍ호승(胡僧)ㆍ괴조(怪鳥)ㆍ수등(壽藤)ㆍ고목(古木) 등 수십 폭을 그리게 했더니 수목(水墨)을 쓰는 솜씨가 능란하여 그린 흔적이 보이지 않고 모두 창경(蒼勁)ㆍ괴기(怪奇)하여 사람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으며, 물태(物態)를 묘사함에 이르러서는 붓끝이 섬세하고 정교하게 그 신정(神精)을 발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하였다. 이윽고 붓을 던지고 술을 찾더니 또 크게 취하여 부축을 받고 갔다. 이튿날 또 그를 불렀으나 이미 거문고를 메고 퉁소를 하나 차고, 동으로 금강산(金剛山)에 들어갔다고 하였다.
이듬해 봄에 중국 사신이 오게 되자, 일찍이 천용에게 덕을 베풀었던 사람이 평산부(平山府)의 관해(館廨)를 보수하는 일을 맡게 되어, 천용을 맞아다가 단청(丹靑)을 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같이 일하는 사람 가운데 아비 복(服)을 입은 자가 있었는데, 천용이 그 상장(喪杖)이 기이한 대나무이고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보고는 밤에 그것을 훔쳐다가 구멍을 뚫어 퉁소를 만들었다. 그리고 태백산성(太白山城)가운데 봉우리의 꼭대기에 올라가 밤새도록 퉁소를 불다가 돌아왔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성을 내어 심하게 꾸짖자 천용은 마침내 떠나가버렸다. 그 후 몇 개월 뒤에 나는 해임되어 돌아왔는데, 몇 개월 후에 천용이 가람(岢嵐)의 산수를 특별히 그려서 나에게 보내주면서, 금년에는 영동(嶺東)으로 이사가서 살 것이라는 말도 전하였다.
천용의 아내는 용모가 매우 못생긴 데다가 일찍부터 중풍[癱瘓]을 앓아 길쌈도 바느질도 못하고, 밥도 못 짓고 자식도 낳지 못하였다. 게다가 성품조차 불량하여 늘 누워서 천용을 욕하였지만 천용은 조금도 변함없이 사랑하였으므로 이웃 사람들이 모두 특이하게 여겼다.
정약용 [여유당전서] <장천용전>

天慵子字天慵。千人競指爲癡憃。生來不用巾網首。對面蓬髮愁髼鬆。酒不經脣直入肚。不省甛酸與醨醲。稻沈麥仰斯無擇。淸如猫睛濁如膿。肩荷伽倻琴一尾。左手一笛右一筇。春風妙香三十六洞府。秋月金剛一萬二千峰。彈絲吹竹劃長嘯。雲游霞宿無停蹤。山行朴朔搜林覓睡虎。水行砰訇碾石駭湫龍。去時綿裘施行丐。換着敗衣襤褸無完縫。歸來入室妻苦詈。嚗嚗叩地叫天摽其胸。天慵子默不答。俛首摧眉順且恭。道拾一拳怪石至。方且解橐摩弄如璜琮。飢來走鄰屋。乞飮新醅一二三四鍾。酒酣發高唱。激者中夷則。徐者中林鍾。歌竟索紙蘸筆爲墨畫。畫出峭峰怒石急泉與古松。震霆霹靂黑陰慘。氷雪淞凘皎巃嵸。或畫壽藤怪蔓相紏綰。或畫快鶻俊鷹相撞摐。或畫游仙躡空放雲氣。須眉葩髿森欲衝。或畫窮僧兀坐搔背癢。鯊腮玃肩喎脣盍睫酸態濃。或畫龍鬼噴火鬪蛇怪。或畫妖蟇蝕月侵兔舂。斷捥不肯畫婦女與畫牧丹勺藥紅芙蓉。亦肯賣畫當 酒債。一日但酬一日傭。常恐姓名到官府。有欲告者怒氣勃勃如劍鋒。我來象山越二歲。建閣穿池民物雍。天慵子來叩闑。大聲叫我與官逢。直躡曾階入重閤。赤脚不襪如野農。不拜不揖箕踞笑。但道乞酒語重重。淸風洒然吹四座。一見斂膝知非庸。握手開襟寫碨磊。雨朝月夕常相從。不學彌明枉韓愈。頗似支公訪戴顒。天慵子張其姓。試問鄕里其口封。


천용자 그 자가 천용인데 / 天慵子字天慵
뭇 사람들 어리석다 손가락질한다네 / 千人競指爲癡惷
평생에 갓 망건 써본 일 없고 / 生來不用巾網首
마주보면 헝크러진 쑥대머리 모양이지 / 對面蓬髮愁髼鬆
술이라면 입술도 거치잖고 바로 삼켜 / 酒不經脣直入肚
달건 시건 묽건 진하건 모두 상관 않아 / 不省甛酸與醨醲
쌀술도 보리술도 다 가리지 않고 / 稻沈麥仰斯無擇
고양이눈 같은 청주도 고름 같은 탁주도 다 좋다네 / 淸如猫睛濁如膿
어깨에는 가야금 하나를 둘러메고 / 肩荷伽倻琴一尾
왼손에는 피리 들고 바른손엔 지팡이로 / 左手一笛右一笻
봄이면 묘향산 찾아 서른여섯 골짝 바람 다쏘이고 / 春風妙香三十六洞府
가을이면 금강산 가 일만 이천 봉 달빛 거닌다네 / 秋月金剛一萬二千峯
가야금 뜯다가 피리 불다가 휘파람도 불다가 / 彈絲吹竹劃長嘯
구름처럼 노을처럼 발걸음 쉴새없이 / 雲游霞宿無停蹤
산길에선 숲을 뒤져 잠자는 범 찾아내고 / 山行朴朔搜林覓睡虎
물길에선 꽝하고 바위 굴려 못 용 놀라게 한다네 / 水行砰訇碾石駭湫龍
갈 때 입은 무명옷은 거지에게 벗어주고 / 去時綿裘施行丐
바꿔 입은 남루한 옷 성한 곳이라곤 하나 없어 / 換着敗衣襤褸無完縫
돌아와 방에 드니 아내의 싫은 소리 / 歸來入室妻苦詈
박박대며 땅을 치고 하늘에 호소하고 가슴을 두들기니 / 嚗嚗叩地呌天摽其胸
천용자는 묵묵부답 / 天慵子黙不答
고개 숙이고 찌푸린 눈썹 공손한 자세로세 / 俛首摧眉順且恭
길에서 주먹만한 괴석 하나 주워 와서 / 道拾一拳怪石至
자루를 막 끌러 옥돌인 양 만지다가 / 方且解橐摩弄如璜琮
배 고프면 이웃집으로 달려가 / 飢來走隣屋
새로 빚은 술 한잔 두잔 석잔 넉잔 얻어 마시고 / 乞飮新醅一二三四鍾
얼큰하면 목청 높여 부르는 노래 / 酒酣發高唱
높은 음은 이칙에 맞고 느린 곡은 임종에 맞는다네 / 激者中夷則徐者中林鍾
노래가 끝나면 종이 찾아 묵화를 치는데 / 歌竟索紙蘸筆爲墨畫
그림은 가파른 봉우리 성난 바위 경사 급한 여울목 그리고 늙은 소나무라네
/ 畫出峭峯怒石急泉與古松
뇌성벽력 소리나는 음산한 풍경이며 / 震霆霹靂黑陰慘
눈 녹은 높은 산의 조촐한 모습 그려낸다 / 氷雪湫凘皎巃嵷
혹은 다래덩굴 괴상한 덩굴이 얽혀 있는 모양도 그리고 / 或畫壽藤怪蔓相糾綰
혹은 송골매 보라매가 맞부딪치는 광경도 그리며 / 或畫快鶻俊鷹相撞摐
혹은 하늘을 날며 구름 쫓는 신선도 그리고 / 或畫遊仙躡空放雲氣
숱진 수염과 눈썹 흩날리고 있는 것도 그린다 / 須眉葩髿森欲衝
혹은 초라한 중 오뚝이 앉아 가려운 등 긁는 모습 / 或畫窮僧兀坐搔背癢
상어 뺨에 원숭이 어깨 비뚤어진 입에 속눈썹이 눈을 덮은 궁상스런 몰골도 그리고
/ 鯊腮攫肩喎脣盍睫酸態濃
혹은 용과 귀신이 불 뿜으며 뱀과 싸우는 모습도 그리고 / 或畫龍鬼噴火鬥蛇怪
혹은 요사한 두꺼비가 달을 집어먹으며 토끼 방아 못 찧게 하는 광경도 그리지만
/ 或火畫妖蟆蝕月侵兎舂
팔이 잘린대도 부녀자는 그리지 않고 / 斷捥不肯畫婦女
모란꽃 작약꽃 붉은 연꽃도 그리지 않는다네 / 與畫牧丹勺藥紅芙蓉
또 그림 팔아 술값으로 쓰지마는 / 亦肯賣畫當酒債
그날 벌어 그날에 맞게 쓴다네 / 一日但酬一日傭
자기 성명 관가에 알려질까 두려워서 / 常恐姓名到官府
알리려고 하는 자 있으면 노기발발 서슬이 시퍼렇다네 / 有欲告者怒氣勃勃如劍鋒
상산에 내가 온 지 이 년이 넘었는데 / 我來象山越二歲
누각 짓고 못도 파고 백성들도 조용하지 / 建閣穿池民物雍
천용자가 찾아와 문지방을 두드리며 / 天慵子來叩闑
사또 좀 만나자고 큰 소리로 외치더니 / 大聲呌我與官逢
곧바로 뜰을 지나 동헌으로 들어오는데 / 直躡曾階入重閤
버선 벗은 맨다리에 농부 같은 행색으로 / 赤脚不襪如野農
절도 않고 읍도 없이 걸터앉아 웃더니만 / 不拜不揖箕踞笑
거듭거듭 하는 말이 술 달라는 소리였다 / 但道乞酒語重重
자리 위에 시원한 바람 부는 듯하네 / 淸風洒然吹四座
보통사람 아님을 금방 알고 무릎 여몄지 / 一見斂膝知非庸
손 잡고 흉금 터놓고 속엣말 다 하면서 / 握手開襟寫碨磊
비 오는 아침 달 뜨는 저녁 늘 상종했었네 / 雨朝月夕常相從
배우지 않은 미명이 한유를 꺾었으며 / 不學彌明枉韓愈
어쩌면 대옹 찾은 지공과 같기도 해 / 頗似支公訪戴顒
천용자 성은 장씨라는데 / 天慵子張其姓
사는 곳을 물었더니 입 다물고 말하지 않아 / 試問鄕里其口封

정약용 [여유당전서] <천용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