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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석

홍순석

菊隱洪侍郞言。其先公嘗客遊咸昌。識善琴者洪純錫。純錫亦南陽之洪也。公戱之曰。君吾家邊族也。仍號曰洪白邊。時洪公姻親爲咸昌倅。觴賓于育英堂。會者皆都下名流。風流跌蕩。數十日乃罷。嶺右傳爲盛事。而純錫乃以一琴師。偃蹇其間。每一調絃。四座寂若無人。名流無不樂與之交。而純錫顧疎放不覊。喜遊山澤間。未嘗一至都下。絶不相聞者久之。公晩居忠州。嘗冬夜。具酒讌客。酒未行。忽聞屨聲自遠而至。蹊霰庭葉。颯颯交鳴。振衣入戶。長身皓髯。囊琴在背。坐皆疑其神鬼也。公熟視之問曰。君非洪白邊乎。何從而至此。客遽拜曰。純錫別公十五年矣。心獨不能忘。適來漱玉亭彈琴十日。朝將歸矣。聞公在此。迂步而至爾。坐客皆悚然驚歎。引之上席。勸以深巵。夜闌燈灺。援琴而鼓。聲調悲壯。往往有燕市楚江之音。語及舊游。存沒又不知。涕盈睫矣。上游名士。多爲詩歌之。洪公詩有曰。高山流水猶今世。瀟洒人間六十年。歡飮十數日。復負琴去。蹤跡不復聞焉。侍郞之語余如此。而仍愴然久之。余亦悵不及見之。後又聞之咸昌客。咸昌有文氏以琴鳴者十餘世。純錫其外孫也。潄玉亭在鳥嶺北。懸瀑甚奇。詩人柳雲卿者居之。亦奇士也。

국은 홍시랑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선공이 일찍이 함창에 놀러 갔다가 거문고를 잘 타는 홍순석을 알게 되었는데 순석 또한 남양 홍씨였다. 공이 그에게 농담으로 “자네는 우리 집안의 먼 일가붙이다.” 라고 하면서 홍백변이라고 불렀다. 그때 홍공의 사돈이 함창 사또가 되어 육영당에서 술잔치를 베풀었는데 모인 자들이 모두 장안의 명사들이었다. 풍류 질탕하게 수십 일을 지내다가 끝나자 영남우도에 성대한 잔치로 전해졌다. 순석도 일개 금사로 그 자리에 끼여 앉았는데 한번 연주할 때마다 온 자리가 고요하여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그와 더불어 사귀기를 즐겨하지 않는 명사들이 없었다. 그러나 순석은 자유분방하게 얽매이지 않고 산수에 노닐기를 좋아해 한번도 장안에 이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소식이 끊어진 지가 오래되었다.
공이 만년에 충주에서 지냈는데 어느 겨울밤에 술자리를 마련하고 벗들을 초대하였다. 술이 한 순배도 돌기 전에 홀연히 신발 소리가 저 멀리에서 들려왔다. 길에는 싸락눈이 내리고 뜰에는 나뭇잎이 떨어져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누가 옷을 털면서 문에 들어섰는데 큰 키에 흰 수염을 드리우고 등에는 거문고 자루를 메었다. 자리에 앉았던 손님들이 모두 그가 귀신인가 의심했다. 공이 그를 한참 보다가 물었다.
“자네는 홍백변이 아닌가? 어디서 여기까지 왔니?”
그 손님이 갑자기 절하고 말했다.
“순석이 공과 헤어진지 15년 동안 마음에 잊을 수가 없었는데 마침 수옥정에 와서 열흘 거문고를 타다가 아침에 돌아가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공께서 여기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멀리서 걸어왔습니다.”
자리에 있던 손님들이 모두 깜짝 놀라며 감탄하고 그를 윗자리로 이끌어 술을 권했다. 밤이 깊어 등불이 빛나자 거문고를 꺼내어 연주했다. 성조가 비장해 이따금 연나라 시장바닥이나 초나라 강가에서 지사들이 비분강개하던 소리가 있었다. 옜날에 함께 노닐던 벗들 이야기에 이르자 생사를 또한 알지 못해 눈물이 가득 고였다. 위로 명사들과 노닐며 시를 지어 노래 부른 것이 많았다. 홍공의 시는 이렇다.

높은 산 흐르는 물은 지금도 여전한데
쓸쓸한 인생은 60년일세.

술 마시며 열댓새 즐기다가 다시 거문고를 지고 떠나갔다. 그 뒤에는 그의 종적을 다시 듣지 못했다. 시랑이 내게 이같이 들려주고는 서글피 한참 있었다. 나 또한 그를 보지 못해 안타까웠다. 나중에 함창 사람에게 들이니 함창에 문씨가 거문고로 이름난지 10여 년 되었는데 홍순석이 그의 외손자라고 했다. 수옥정은 새재 북쪽에 있는데 폭포가 매우 기이히다. 시인 유운경이 그곳에 사는데 그 또한 기이한 선비이다.

성대중 <서홍금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