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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取才)

<악인의 취재(取才)>

장악원 악인들의 시험과목은 궁중에서 소용되는 음악, 즉 아악, 당악, 향악 전반에 걸쳐 있다. 악기 또한 아악기, 당악기, 향악기를 모두 포괄하고 본업, 즉 전공과 겸업, 즉 부전공에 걸쳐 시행되었다. 이 가운데에는 악기 뿐만 아니라 노래와 춤도 포함되어 있다.
세종대에는 좌방과 우방의 제도를 두어 좌방재랑은 등가의 노래를 맡았고 우방재랑은 문무를 추도록 하였다. 이때에는 출근일수의 다과로서 품계를 조정하는 방식을 취했으나 출근일수로 품계를 올려주는 방식에는 일정한 문제가 있었다. 출근일수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연주 실력도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1429년(세종 11)에 박연에 의해 제도상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악인들이 노래와 춤을 잘 하는지의 여부는 따지지 않은 채 출근일수만으로 품계를 올려 준 결과 가무(歌舞)를 익히는 일에 힘쓰지 않았고 악인들의 실력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당시에 율학이나 산학, 역학, 병학 등의 분과에서는 그 재주를 시험하는 제도가 있었고, 그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는 일정 정도 노력하는 것을 보여 경쟁함으로써 일정 성과도 있었다. 이러한 사례에 따라 박연은 악인들에 대해서도 일정 단계가 되면 실력을 진단할 수 있는 시험, 즉 취재(取才)를 하도록 건의하였다. 조선시대에 악공이나 악생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음을 잘 아는 인물을 뽑은 것이 아니었고 일종의 동원체제로 운영되었으므로 박연이 제안한 악인의 취재에 관한 건은 일정한 의미를 지닌다. 박연이 당시의 악인들에 “본래 음을 알지 못하므로 귀머거리와 다름 없습니다”라고 표현한 것은 악인의 취재 제도 시행이 시급함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박연은 "나이가 젊고 총명하고 명민하며 용모가 단정한 사람을 뽑아 제례의 등가(登歌)에 속하게 하고, 매일같이 익혀서 먼저 통달한 사람에게는 창(唱)을 인도하게 하되 잘 되지 않는 자는 매로 체벌을 가하면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하였다. 또 어릴 때부터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니 당시 악인 외에도 양민의 자제 중에서 나이가 약관에 가깝고 글자를 아는 자를 뽑아서 등가에 소속시켜 날마다 예전에 배운 사람들과 함께 읊고 노래하도록 하면 음성이 맑은 어린아이들에게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는 내용도 아울러 상소하였다. 세종대에 박연이 건의한 내용은 장악원의 취재제도에 반영이 되었고, [경국대전]의 「예전」 ‘취재(取才)’조에도 악공과 악생에 대한 취재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증보문헌비고]에 기록된 좌방차비와 우방차비의 전공과 악기별 취재 내용은 다음의 표와 같다.


<표> 좌방차비, 우방차비의 시험곡


시험을 치를 때에는 예조의 당상관이 참여하게 되어 있는데, 사정이 있어 참여하지 못하면 장악원 제조가 예조의 낭관과 같이 취해한다. 또 제조가 사정이 있을 때면 예조의 당상관이 장악원의 낭관과 같이 취재하도록 되어 있다.
위의 표에 언급한 악인 취재 내용은 조선후기 상황이므로 그 취재 내용은 조선후기 당시 악인들이 연주하는 음악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음악들은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좌방차비란 아악기 전공으로 아악을 사용하는 제례악을 연주하는 악인을 말하고 우방차비란 당악기와 향악기 전공으로, 당악과 향악을 사용하는 제례악, 연례악 등을 연주하는 악인을 말한다. 이들의 시험내용은 결국 장악원의 음악교육내용과 일치하는 것이다.
악인들이 시험을 치르는 방법에 대해서는 현전 기록으로는 알 수 없으나, 많은 수의 악인들이 치러야 하는 시험에서 위의 모든 곡을 다 연주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므로 그 곡들 가운데 몇 곡만을 일종의 제비뽑기와 같은 방식으로 선정하여 치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음악대학의 실기시험에서도 시험 악곡이 많은 경우 이와 유사한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큰 규모의 대곡을 제외하고, 짧고 곡 수가 많은 여러 곡을 익혀야 하는 경우, 익힌 곡 가운데 뽑기로 하여 선택된 곡을 시험보는 방식을 취하는데, 조선시대에도 같은 방식으로 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문헌
[經國大典], [大典會通] ‘雅俗樂’, [六典條例] ‘掌樂院’, [大典通編] 「禮典」 ‘取才’, [樂掌謄錄], [增補文獻備考] 「樂考」, [蘭溪遺稿]
* 송지원, "조선시대 장악원의 악인과 음악교육 연구" [한국음악연구] 제43집, 한국국악학회, 2008. 171-73쪽.
* 이혜구, “[經國大典] 取才項目 中의 唐樂과 鄕樂” [한국음악연구] 제21집, 한국국악학회,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