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모리 / 창 / 04분51초
춘향가 중 도련님 말타고 가는 대목 1
말은 가자고 네 굽을 치는디
임은 꼭 붙들고 아니 놓네.
도련님 하릴없이 나귀등에 올란지며,
춘향아 잘 있거라. 장모도 평안이 계시오
향단이도 잘 있거라.
춘향이 기가 막혀 도련님 앞으로 우루루루 달려들어,
한 손으로 나귀정막 쥐어 잡고, 또 한 손으로 도련님 등자 딛은 다리 잡고,
아이고, 도련님, 여보 도련님, 날 다려가오.
여보 도련님, 날 다려가오 여보 도련님, 날 다려가오.
쌍교도 싫고, 독교도 나는 싫소,
걷는 말게 반부담 지어서 어리렁 추렁청 날 다려가오.
방자 달려들어 나귀정마 쥐어잡고 채질 툭 처 돌려세니,
비호같이 가는 말이 청산녹수 얼른 얼른
한 모롱 두 모롱을 돌아드니,
춘향이 기가 막혀 가는 임을 우두머니 바라보니,
달만큼 보이다, 별만큼 보이다가 나비만큼 보이다가,
십오야 둥근 달이 떼구름 속에 잠긴 듯이
아조 깜박 박석치를 넘어가니,
춘향이 그 자리에 덥석 주저 앉아,
아이고 허망허네. 가네 가네 허시더니 이제는 참 갔고나.
창자 : 임향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