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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위인편

『삼국사기』의 「신라본기」에는 서기 512년 신라 22대 지증왕 13년 6월에 하슬라주(현재의 강릉)의 군주였던 이사부가 우산국의 항복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 우산국이 울릉도와 독도를 중심으로 한 해상왕국이었다는 학자들의 해석을 토대로 하면, 독도는 울릉도와의 밀접한 상호관련성이 있음이 역사적으로 증명된다.
그리고 울릉도는 역사적으로 원주민(고대 해상왕국 우산국 등)이 살고 있는 주요 섬이며, 독도는 원주민 주요어업 활동공간이고 수산경제활동영역이며주요 삶터였다. 예로부터 독도는 울릉 주민(우산국 원주민 포함)의 일상생활의 영역이고 주요 생활공간임을 말한다. 그러므로 역사적, 문화적, 물리환경적(생활공간) 측면에서 독도와 울릉도는 매우 밀접한 유기적인 관련성을 띈다.
따라서 독도·울릉도 관련 각종 설화와 전설들은 두 섬 간의 생활환경(생활공간)의 유기적 상호관련성으로 인하여 상호간의 분리 혹은 양분될수 없으며, 독도·울릉도 권역(독도, 울릉도 및 인근 해양 포함)에 대한 통합적 개념으로 이해함이 타탕하다.


자료출처
여영택, 울릉도의 전설·민요, 정음사, 1984
울릉군, 울릉군지, 1989
경상북도청 관광진흥과 경북나드리 (http://www.gbtour.net)
포항KBS 울릉 (http://www.gbtour.net)

동 굴속의 돌책

세상에서도 하나밖에 없는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을 예언해 놓은 돌책, 한 젊은이는 신령의 인도에 따라 책을 읽기 위해 돌 굴속으로 들어갔다. 과연 어떤 내용이 씌어 있을까?

태하에 둘 굴이 있다. 겨우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출입구이지마는 들어가면 굴이 길다고 한다. 약 10리가 길이이며, 그 안은 넓은 방으로 되어 있다. 그 넓은 방에는 돌 선반이 있고, 그 돌 선반에는 돌 책이 있다고 전한다.
옛날 태하 마을에 재주가 뛰어난 젊은 이가 있었다.
이 젊은이는 얼마나 재주가 많았던지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고 하여,
“천재다”
“신동이다.”
“귀신이다.”
하고,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여 마지않았는데, 공부를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약간 돈 사람처럼 보였다.
자나 캐나 앉으나 서나 이 젊은이는 책만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세상 일에 대해서는 아주 깜깜이었다. 오징어 한 마리 잡을 줄 몰랐고, 미역 한 단 묵을 줄도 몰랐으며, 노를 젓거나 돛을 올리는 일은 더욱 몰랐다.
이 젊은이가 하루는 공부하다가 지쳐서 낮잠이 들었다. 곤하게 낮잠을 자고 있는데 수염이 허옇게 센 점잖은 노인이 나타나서 이 젊은이를 깨웠다. 깨어 보니 노인이 굽어보며 있다가 입을 열었다.
“젊은이!”
“예”
“지금 잠을 자고 있을 때가 아닐세.”
“예?”
“일어나서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게.”
“예, 시키시는 대로 하리다.”
“바닷가에 가면 그 돌굴이 있지?”
“예, 있습니다.”
“거기에 들어가 보게.”
“예?”
“들어가면 알 걸세.”
“위험하지 않습니까?”
“위험할 거야 없지.”
“들어가서는 어찌하라 십니까?”
“한 십 리쯤 들어가면 큰 방이 있을 걸일세.”
“예.”
“그 방에 돌선반이 있고, 그 선반 위에 돌 궤가 있지.”
“예!”
“그 돌 궤를 열어 보면 그 속에는 돌 책이 있지.”
“예!”
“그 돌 책에는, 이세상이 앞으로 수만 년 동안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나며,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이 자세히 적혀 있네.”
“예!”
“자네가 책을 좋아하기에 내가 그 돌 책 있는 곳을 가르쳐 주니 곧 거기로 가서 그 책을 읽어 보게.”
“예!”
“그런데 그 책을 다 읽고 나와야 하네. 다 못 읽으면 못 나온다네.”
“예! 알겠습니다.”
“어서 가 보게.”
눈을 뜬 젊은이는 또 한 번 놀랐다. 앞에 섰던 노인이 온 데 간 데가 없었다. 눈을 깜박하는 사이에 어디론지 가 버렸다. 신기한 일이었다. 필연코 신령님에 틀림없었다.
젊은이는 기운을 얻었다. 섬에 잇는 책이란 책은 모두 읽고 이제 읽을거리가 없었는데, 매우 소중한 책이 있다니 그것보다 더 반가울 것이 없었다.
세상에도 하나밖에 없는 귀한 책, 그것도 앞으로 수만 년 동안 이 세상에서 일어날 크고 작은 일들을 예언해 놓은 책이라 하니. 그것만 알게 되면 정말 이 젊은이는 이인이 될 수 있음을 알고 그는 이 돌 굴로 들어갔다.
돌 굴의 입구는 그 노인의 말대로 사람의 몸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이더니, 차차 들어가니 길도 그리 험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한 두 세 시간쯤 들어갔을 듯 하다 곳에 넓은 방이 하나 있었는데, 한쪽에는 노인의 말대로 돌선반이 있고 그 선반에는 돌 궤가 있었다. 젊은이의 손은 떨렸다. 가슴도 떨렸다. 한숨을 몇 번 몰아쉬고 아랫배에 힘을 주고 그돌궤에 손을 대었다. 돌궤는.
“찌징”
하고 신비한 소리를 내었다.
젋은이에게는, 그 소리는 마치 신의 계시외 같았고 자기 혼자만이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기쁨에 가슴이 벅찼다. 과연 그 속에는 돌에 글을 새긴 두툼한 책이 있었다.
이 세상에서 나만이 볼 수 있는 신비의 책. 이제 나는 이세상의 앞날을 점칠 수 있다. 공부한 보람이 여기 나타났구나 하는 생각으로 어찌할 줄을 몰랐다.
글자 하나하나를 소중히 읽어 내려갔다.
“아무리 고운 꽃이라도 열흘을 지지 않고 피어있기가 어렵고, 권력이라는 것은 물거품과 같아서 앞으로......”
등등 정말 예측도 할 수 없던 일이 속속 일어날 것이 소상하게 적혀 있다.
젊은이는 넋을 잃고 읽었다. 넘겨도 넘겨도 재미있는 내용이 자꾸 나왔다. 마치 요술의 책처럼 자꾸 넘겨도 남은 장수는 그대로였다.
젊은이는 책을 무척 좋아했지마는 굴에 들어간 지 너무 오래 되어서, 이 책을 다 읽을 수는 없으니 가지고 나가려고 하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쳐서 지쳐서 잠이 들었다.
“그 책을 다 읽어야 나갈 수 있느니라.”
수염이 허연 노인의 현몽이었다.
젊은이는 잠을 깨어서 다시 그 책을 읽었다.
그 젊은이는 아직도 그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젊은이가 돌책을 읽으러 들어간 것은 알지마는. 아무도 그 굴에 들어갈 생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신비한 책을 다 읽고 나오면 이인이 되지마는 다 읽고 나오기한 하늘의 별 따기며, 그 책을 가지고 나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돌굴의 돌선반의 돌궤 속에 있는 돌책에는 과연 어떤 것이 씌어 있을까.
그리고, 이 세상은 앞으로 어떻게 되어 나갈까. 젊은이가 나오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성인봉의 산삼

지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지극히 모시던 아이를 가상히 여긴 신령이 현몽하여 동쪽 바다의 섬에 산삼을 점지해 줌

옛날 옛날에 서라벌 한 두메에 어머니와 외아들이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삯바느질을 해서 양식을 얻어 오고, 아들은 서당에 다니면서 글을 읽었다. 가난한 살림이었지마는 아들을 서당에 보내고 있어서 마을 사람들의 칭찬이 많았다. 아들은 아들대로 재주가 있고 부지런하며 효성이 지극해서 부러운 가장이라 하였다.
어느 누구에게나 행운이 계속하기란 어려운 일인지, 이 집 어머니가 앓게 되었다. 무슨 병인지는 몰라도 여러 달을 앓고 있으니. 살림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외아들은 나이 어렸으나 어머니를 간호하랴, 양식을 구하랴, 역을 구하러 의원을 찾아다니랴. 틈틈이 책을 읽으랴 있는 힘을 다하였다. 아직 어린 몸이라 지칠 대로 지쳐서 잠을 자다가는 헛소리를 하기도 하였다.
“효성이 지극한 아이야.”
“하늘이 도울 거야.”
“외동아들이라도 열보다 낫지.”
이러한 소문이 났다. 소년이 하루는 어머니의 간호에 지친 몸으로 옷을 입은 채 이불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왜 이렇게 자고 있느냐? 너는 이렇게 자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서 일어나서 동쪽으로 가 봐라. 바다가 나올 것이고, 그 바닷가에는 돛단배가 잇을 것이니. 그 배를 타고 동으로 동으로 해가 뜨는 곳을 향해 가면 섬이 있다. 그 섬에는 산삼이 있느니라.”
하는 것이었다.
꿈이었다.

소년이 눈을 떴을 때는 노인은 간 곳 없고, 노인의 그 좋던 풍골만이 논에 삼삼했다.
꿈은 꿈인데, 헛것일까 신령님일까. 이리저리 구르다가 또 잠이 들었다. 이번에는 그 노인이 나타나더니 꾸짖는 것이 아닌가.
“너는 뭣을 꾸물거리느냐. 어서 바닷가로 나가 보아라.”
소년은 정신을 바짝 차려 바닷가로 나갈 채비를 차렸다.
양식이 될 만한 것을 꾸려 가지고 나섰다. 동으로 해가 뜨고 달이 뜨는 곳으로 향하여 걸었다.
처음 보는 바다였다. 미역 냄새가 풍겼다. 소라의 냄새가 풍겼다.
“이것이 바다구나.”
면서 두리번거리는데 과연 숲으로 가렸던 돛단배가 얼굴을 내밀었다.
“정말이구나”
“꿈에 말한 대로구나.”
소년은 반가워서 돛단배에 올라탔다. 난생 처음 타보는 배였다. 닻을 만질 줄도 몰랐지마는 닻도 절로 돛도 절로 올랐다.
순풍에 돛을 단 듯 하다더니 배는 동으로 동으로 흘러갔다.
만경창파 대해를 흘러가노라니, 세상이 이토록 넓구나 하는 생각이 소년의 가슴을 키워 주었다.
휜하게 산더미가 보였다.
“섬이구나.”
소년은 순조롭게 상륙할 수 있었다.
향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가 우거지고, 전복이 나뭇가지며 바위에 기어올라 있는, 마치 도화경을 상상하게 하는 별천지였다. 산은 험하고 길이라고는 없었다. 우뚝 솟은 산을 향하여 무턱대고 걸었다. 나무를 헤치고, 나뭇가지를 잡고 바위에 기어올랐다. 종이을 걸어도 얼마 오를 수가 없었다. 소년은 답답하였다.
“내가 미쳤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산삼을 구한다면서 헤매다가 어머니의 운명마저 못 보겠다.”
싶어서, 마음은 더욱 초조해졌다. 집을 나온 지도 여러 날 되었다. 양식이라고 가져온 것도 달랑달랑하였다. 바위 밑에서 자고 나무 밑에서 자고 머루나 다래를 따 먹어야만 했다. 이것이 산삼인가 저것이 동삼인가 하고 여러 날을 헤매다가 잠이 든 어느 때 또 나타난 사람이 있으니 수염이 허연 노인이었다.
“너는 왜 이렇게 자고 있느냐?”
깜짝 놀라 깨니 꿈이었다. 그렇지만 캄캄한 밤이라 곤해서 또 잠이 들었다.
“어서 일어나거라. 네 효성이 지극하니 하늘에서 너에게 약을 점지하신 것이다.”
소년은 깜짝 놀랐다.
“일어나서 네 머리맡에 있는 바위 밑을 살펴보아라. 빨간 열매가 맺힌 것이 인삼이다. 산삼이라는 것이다.”
하고는 노인은 사라졌다.
소년은 신가함에 놀라서 고단한 몸인데도 고단한 것을 잊고 몸을 일으켰다.
해가 곧 떴다.
과연 빨란 열매가 달린 풀이 있었다.
“이것이구나!”
소년은 나뭇가지를 깎아서 그 언저리를 팠다. 도라지 같은 뿌리가 나타났다. 씁씁한 냄새가 났다. 빛이 나는 것 같다. 둘러보니 근처에 또 한포기가 있다. 또 한 포기, 또 한 포기, 모두 10포기의 산삼을 캔 것이다.
산기슭에 오니 듳담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은 서라벌 쪽으로 불어 주었고 돛단배는 혼자인 소년을 태우고 울릉도에서 서라벌로 흘렀다.
“어머니! 산삼을 캐 왔습니다.”
어머니는 곧 죽을 것만 같이 지쳐 있었다.
“어미니! 동삼입니다.”
산삼을 다릴 여가도 없이 생삼을 먹였다.
차도가 있어서 어머니는 완쾌되었고 소년은 효자라는 상을 탔다.
산삼의 소문이 나자 서라벌 사람들은 배를 모아서 울릉도로 갔다. 그러나 산삼을 캐오는 사람은 없었다. 산삼이란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나 하늘이 도움 사람의 눈에만 보였다. 방금 본 자리를 다시 보면 있던 산삼이 어디론지 가고 없다고 한다. 그래서, 움직이는 삼이라고 하여 ‘동삼’이라고도 한다.
‘성인봉’이라는 울릉도의 산 이름도 ‘성인’과 같은 신령님이 나타나서 산삼을 가르쳐 줘서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산삼을 캔 사람

허연 수염의 노인이 나타나 아이를 이리 저리 데리고 다니며 “이것이 산삼이다” 하고 가르쳐 주고는 곧 사라져버렸다는 이야기

3일간 사람이 없어졌다.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야단들이었다. 온 섬이 뒤끓는 소동이 일어났다.
집에서는 부모 형제가 아들을, 도생을 찾아서 헤매었다. 찾다가 지쳐서 집에 와 보니 찾던 아이는 지쳐서 방에 누워 있었다. 옷은 비를 맞은 것처럼 젖어 있었다.
방에는 도라지 몇 뿌리가 놓여 있었는데, 그것이 도라지만은 아니 것 같았다.
“이놈애야, 어디 갔더노?”
“잠이나 좀 잡시다.”
“말 좀 해라. 어디 갔더노?”
“나중에 말할께요.”
“이것 뭣고?”
“산삼! 웬 산삼은?”
“산삼이라면 그런 줄 아소.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산삼을 캤다면서.”
“어디 산삼 좀 보자”
“성인본에서는 3년에 한 번씩 산삼이 나온다니깐.”
“앳놈이 어찌 알고 캣노?”
“산신령이 가르쳐 준게지!!”
“그렇지, 운수 대통이구나!”
밤에 허연 수염의 노인이 나타난더니 곧 따라오라하기에 따라갔더니 이리 데리고 가고 저리 데리고 가다가 “이것이 산삼이다”하고 가르쳐 주고는 온 데 간데가 없더라는 것이다.
“어디쯤인가 알겠니, 산삼 캔 데가?”
“이젠 모릅니다.”
“그러지 말고 좀 그르쳐 다오.”
“정말 모릅니다.”
“어떤 곳이더냐?”
“바위 밑이고요.”
“또?”
“근처에는 풀이 있어도 노리짱하더군요, 근처의 풀이.”
“그래.”
“장하다. 하늘이 도운 것이지.”
이것과 비슷한 이야기가 또 있다. 나무하던 목동도 며칠 없어지더니 산에서 산삼을 캐어 오더라는 이야기이다.
3년 만에 한 번씩 산삼이 난다고 하여 성인봉 언저리에 제단을 모아 놓고 산삼이 나오도록 공을 드리면서 산을 헤매던 때도 있었다 한다.

가산도(假山島, 于山島)의 비밀

어부 셋이 조그마한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망망대해를 표류하다가 작은 섬을 만나고, 그 섬에 사는 신비한 노인의 도움을 받음

어부가 셋이 조그마한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갔다.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고기라곤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저쪽 하늘에서 구름이 퍼지기 시작하더니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파도가 일렁이기에 모두 놀라 서둘러 돌아갈 차비를 하였다.
그러나 바람은 점점 더 거세어 갔고 파도는 이제 뱃전을 치며 노조차 젓지 못하게 되었다. 세 사람은 노젖기를 이제 단념하고 운을 하늘에 맡기는 도리밖에 없었다. 어둠이 차츰 덮이자 허옇게 뒤집히는 파도는 배와 사람을 일시에 삼키려는 듯 닥쳤다가는 지나가고 하는데 배는 나뭇잎이 흔들거리는 것과 같이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세 사람은 그저 죽었구나 하고는 배 바닥에 엎드려 정신이 없었다. 배가 어디로 떠내려가는지 방향은 물론 알 수가 없었다.
이러기를 사흘, 간신히 바람도 멎고 파도가 잠잠해지자 세 사람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사방을 휘둘러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시퍼런 바다와 하늘에 떠있는 구름뿐이었다. 사흘을 굶은 그들에게는 이제 노를 저을 힘조차 없을 정도로 기진맥진해 있었으니 그저 절망감만이 그들의 가슴을 엄습할 뿐이었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이 흘러가는 대로 내맡겨 두는 도리밖에 없었으며, 서로 이야기할 기력조차도 이들에게는 없었다.
"어어-, 저것 보게!"
외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나머지 두 사람도 일어나 소리친 사람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저 멀리 구름인지 안개인지는 분간을 못하겠으나 밑쪽으로 거무스름하게 보이는 것이 육지 같았다. 눈을 닦고 자세히 보니 틀림없는 육지였다. 절망에 빠져있던 세 사람은 동시에 환성을 질렀다.
"살았다-"
"이제는 살았구나"
세 사람은 꼭 어린아이들처럼 좋아하였다. 그리고 용기가 솟아났다. 세 사람이 다같이 노를 저었다. 다행히 물결도 그쪽으로 흐르는 것 같았다. 간신히 그 곳에 다다라 보니 어안이 벙벙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었다. 위를 쳐다보니 여전히 안개는 자욱할 뿐이었다. 그저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러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시 다른 곳을 찾아보려고 노를 저어 나갔다. 간신히 한 곳에 이르니 겨우 사람이 발붙일 만한 곳이 눈에 띄었다. 배를 붙이고 내려보니 길도 없고 그저 바위투성이 이었다. 세 사람은 이곳저곳을 헤매며 쏘다니다가 간신히 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안개는 여전히 자욱하였다. 안개가 짙은 가운데에도 살펴보니 울창한 왕대밭 이었다. 세 사람은 그러한 것에 놀라고 감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우선 무엇이든 간에 허기를 메워야 했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이리저리 헤매다보니 무엇인가 앞에 보이었다. 보니 그 집안에는 수염이 하얀 노인 한 분이 문을 열어 놓고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세 사람은 다짜고짜 그 앞에 가서는 절을 넙죽 하였다.
"웬 사람들인고?"
노인의 음성은 점잖은 가운데도 우렁찼다. 그리고 그 눈매는 빛났으며, 용모는 단아하였고, 범치 못할 위엄이 있었으며, 속기(俗氣)를 떠난 선기(仙氣)마저 보이는 것 같았다. 세 사람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였다.
"허어 그 사람들 고생께나 하였겠구먼" 하고는 그저 멀거니 세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다. 답답해진 세 사람은 다시
"저희들은 오늘까지 나흘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허기와 갈증에 지쳐 있으니 물과 먹을 것을 좀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노인은
"물은 없고, 사람이 먹을 것이라곤 없는데 어찌하나"
세 사람은 어안이 벙벙하여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사람이 사람을 보고, 먹을 것이 없다니 도대체 될 말인가? 그렇다면 자기는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그럼 사람이 아니면 무엇인가 하고 제각기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노인이 선뜻 일어서더니 무엇인가를 방에서 가져 나오더니
"자 그럼 이것이라도 먹게나"
하고 노인이 내미는 것을 보니 꼭 사과같이 생겼는데 사과는 아닌 것 같았다. 세 사람은 우선 이판에 이것저것 가려볼 겨를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그 과실을 먹어치웠다. 맛이 어떤 맛이었는지 조차 몰랐다. 허기진 판이라 허겁지겁 먹느라 맛인들 알았으랴? 우선 심한 갈증을 좀 면한 것 같았지만 워낙 배가 고팠던 터이라 염치 불구하고 한 개씩만 더 줄 것을 간청하니,
"아니, 이 사람들아 그것 한 개면 1년을 살 수 있는 건데"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보니 허기가 싹 가시는 것 같았다.
하룻밤을 그 집에 자고 나니, 세 사람은 완전히 생기를 되찾았다. 아니 생기를 되찾았다 기 보다 힘이 펄펄 나는 것 같았다. 노인이 안에서 나오더니,
"이제 자네들은 집으로 가야지 식솔들이 몹시 기다릴텐데"
"그렇지만 저희들은 어디 방향을 알아야 갈 수 있지요"
"그런가 그러면 내가 길을 인도하지"
하여 네 사람은 배에 올랐다. 그리고는 순풍에 돛을 올려, 노인이 가리키는 곳으로 배를 몰았다. 뒤돌아보니 섬은 여전히 안개에 싸여 있었다. 여러 시각을 달려 이윽고 저 멀리 수평선상에 산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살았습니다"
"그럼 이젠 찾아가겠지"
"고맙습니다. 어르신네"
"뭐, 고마울 것 있나 자네들이 하도 딱해서 도와준 것뿐 일세"
그리고는 옷소매 자락에서 어제 먹던 과실을 세 개 끄집어내어 세 사람에게 주며,
"이 과실을 햇빛이 없는 곳에 두어야 하네. 그리고 또 오늘부터 쳐서 꼭 석 달 열흘 만에 이것을 먹도록 하게. 그럼 잘들 가게나"
하고는 인사할 틈도 없이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세 사람은 그저 서로 얼굴만 멍하니 쳐다 볼 뿐이었다.
드디어 울릉도에 돌아왔다. 죽은 줄 알았던 사람들이 살아서, 그것도 기운이 펄펄해져서 돌아왔으니 집안 식구는 물론, 온 마을이 야단법석이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꽃이 피었다. 그 신비와 안개에 쌓인 섬에 관해서 기이한 노인이며 신비로운 과실이며, 대나무의 숲이며 모두 듣는 이로 하여금 신비감에 싸이게 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족하였다.
그 뒤 호기심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몇이 모여 세 사람의 어부를 부추겼다. 그리고는 큰 배에다 식량과 물을 싣고 또다시 신비의 섬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철 아닌 복숭아꽃이 떠내려 오는 것을 보았을 뿐 풍랑이 심하여 끝내 이 섬을 찾지 못하고 되돌아오고 말았다.

댓섬의 신비

돛단배를 타고 고기잡이 나갔다가 거센 풍랑을 만나 길을 잃고 5일을 떠다니다가 이상한 섬에 사는 노인을 만나고 그 노인이 돛단배를 순풍으로 인도하여 집으로 돌려보냄

어부가 셋이 조그마한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갔다.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고기라곤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저쪽 하늘에서 구름이 퍼지기 시작하더니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파도가 일렁이기에 모두 놀라 서둘러 돌아갈 차비를 하였다.
그러나 바람은 점점 더 거세어 갔고 파도는 이제 뱃전을 치며 노조차 젓지 못하게 되었다. 세 사람은 노젖기를 이제 단념하고 운을 하늘에 맡기는 도리밖에 없었다. 어둠이 차츰 덮이자 허옇게 뒤집히는 파도는 배와 사람을 일시에 삼키려는 듯 닥쳤다가는 지나가고 하는데 배는 나뭇잎이 흔들거리는 것과 같이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세 사람은 그저 죽었구나 하고는 배 바닥에 엎드려 정신이 없었다. 배가 어디로 떠내려가는지 방향은 물론 알 수가 없었다.
이러기를 사흘, 간신히 바람도 멎고 파도가 잠잠해지자 세 사람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사방을 휘둘러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시퍼런 바다와 하늘에 떠있는 구름뿐이었다. 사흘을 굶은 그들에게는 이제 노를 저을 힘조차 없을 정도로 기진맥진해 있었으니 그저 절망감만이 그들의 가슴을 엄습할 뿐이었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이 흘러가는 대로 내맡겨 두는 도리밖에 없었으며, 서로 이야기할 기력조차도 이들에게는 없었다.
"어어-, 저것 보게!"
외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나머지 두 사람도 일어나 소리친 사람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저 멀리 구름인지 안개인지는 분간을 못하겠으나 밑쪽으로 거무스름하게 보이는 것이 육지 같았다. 눈을 닦고 자세히 보니 틀림없는 육지였다. 절망에 빠져있던 세 사람은 동시에 환성을 질렀다.
"살았다-"
"이제는 살았구나"
세 사람은 꼭 어린아이들처럼 좋아하였다. 그리고 용기가 솟아났다. 세 사람이 다같이 노를 저었다. 다행히 물결도 그쪽으로 흐르는 것 같았다. 간신히 그 곳에 다다라 보니 어안이 벙벙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었다. 위를 쳐다보니 여전히 안개는 자욱할 뿐이었다. 그저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러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시 다른 곳을 찾아보려고 노를 저어 나갔다. 간신히 한 곳에 이르니 겨우 사람이 발붙일 만한 곳이 눈에 띄었다. 배를 붙이고 내려보니 길도 없고 그저 바위투성이 이었다. 세 사람은 이곳저곳을 헤매며 쏘다니다가 간신히 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안개는 여전히 자욱하였다. 안개가 짙은 가운데에도 살펴보니 울창한 왕대밭 이었다. 세 사람은 그러한 것에 놀라고 감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우선 무엇이든 간에 허기를 메워야 했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이리저리 헤매다보니 무엇인가 앞에 보이었다. 보니 그 집안에는 수염이 하얀 노인 한 분이 문을 열어 놓고 이곳을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세 사람은 다짜고짜 그 앞에 가서는 절을 넙죽 하였다.
"웬 사람들인고?"
노인의 음성은 점잖은 가운데도 우렁찼다. 그리고 그 눈매는 빛났으며, 용모는 단아하였고, 범치 못할 위엄이 있었으며, 속기(俗氣)를 떠난 선기(仙氣)마저 보이는 것 같았다. 세 사람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였다.
"허어 그 사람들 고생께나 하였겠구먼" 하고는 그저 멀거니 세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다. 답답해진 세 사람은 다시
"저희들은 오늘까지 나흘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허기와 갈증에 지쳐 있으니 물과 먹을 것을 좀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노인은
"물은 없고, 사람이 먹을 것이라곤 없는데 어찌하나"
세 사람은 어안이 벙벙하여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사람이 사람을 보고, 먹을 것이 없다니 도대체 될 말인가? 그렇다면 자기는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그럼 사람이 아니면 무엇인가 하고 제각기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노인이 선뜻 일어서더니 무엇인가를 방에서 가져 나오더니
"자 그럼 이것이라도 먹게나"
하고 노인이 내미는 것을 보니 꼭 사과같이 생겼는데 사과는 아닌 것 같았다. 세 사람은 우선 이판에 이것저것 가려볼 겨를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그 과실을 먹어치웠다. 맛이 어떤 맛이었는지 조차 몰랐다. 허기진 판이라 허겁지겁 먹느라 맛인들 알았으랴? 우선 심한 갈증을 좀 면한 것 같았지만 워낙 배가 고팠던 터이라 염치 불구하고 한 개씩만 더 줄 것을 간청하니,
"아니, 이 사람들아 그것 한 개면 1년을 살 수 있는 건데"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보니 허기가 싹 가시는 것 같았다.
하룻밤을 그 집에 자고 나니, 세 사람은 완전히 생기를 되찾았다. 아니 생기를 되찾았다 기 보다 힘이 펄펄 나는 것 같았다. 노인이 안에서 나오더니,
"이제 자네들은 집으로 가야지 식솔들이 몹시 기다릴텐데"
"그렇지만 저희들은 어디 방향을 알아야 갈 수 있지요"
"그런가 그러면 내가 길을 인도하지"
하여 네 사람은 배에 올랐다. 그리고는 순풍에 돛을 올려, 노인이 가리키는 곳으로 배를 몰았다. 뒤돌아보니 섬은 여전히 안개에 싸여 있었다. 여러 시각을 달려 이윽고 저 멀리 수평선상에 산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살았습니다"
"그럼 이젠 찾아가겠지"
"고맙습니다. 어르신네"
"뭐, 고마울 것 있나 자네들이 하도 딱해서 도와준 것뿐 일세"
그리고는 옷소매 자락에서 어제 먹던 과실을 세 개 끄집어내어 세 사람에게 주며,
"이 과실을 햇빛이 없는 곳에 두어야 하네. 그리고 또 오늘부터 쳐서 꼭 석 달 열흘 만에 이것을 먹도록 하게. 그럼 잘들 가게나"
하고는 인사할 틈도 없이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세 사람은 그저 서로 얼굴만 멍하니 쳐다 볼 뿐이었다.
드디어 울릉도에 돌아왔다. 죽은 줄 알았던 사람들이 살아서, 그것도 기운이 펄펄해져서 돌아왔으니 집안 식구는 물론, 온 마을이 야단법석이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꽃이 피었다. 그 신비와 안개에 쌓인 섬에 관해서 기이한 노인이며 신비로운 과실이며, 대나무의 숲이며 모두 듣는 이로 하여금 신비감에 싸이게 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족하였다.
그 뒤 호기심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몇이 모여 세 사람의 어부를 부추겼다. 그리고는 큰 배에다 식량과 물을 싣고 또다시 신비의 섬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철 아닌 복숭아꽃이 떠내려 오는 것을 보았을 뿐 풍랑이 심하여 끝내 이 섬을 찾지 못하고 되돌아오고 말았다.

해공의 전설

의가 좋게 지내던 세 어부를 갸륵히 여긴 해신(海神)이 그들에게 각각 섬을 주어서 단란하게 살도록 해 주었다. 이 섬을 후세 사람들은 죽도(竹島)라고 했으나 그 섬의 위치를 아는 사람이 없다.

어부 세 사람이 돛단배를 타고 고기잡이에 나갔다.
다른 날 같은 면 고기가 많이 잡힐 때인데 그날따라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세 사람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잇는데 한 어부가 외쳤다.
“저것 보게.”
“뭣인가?”
“먹구름인가 봐.”
이렇게 말을 주고 받는 사이에 하늘 저 끝에 있던 검은 구름이 차차 돛단배 가까이로 오고 있었다. 그러면 서 무서운 바람과 거센 파도가 돛단배를 뒤흔들었다.
“이제 죽었구나.”
하면서 세 사람은 돛대를 부둥켜안고 죽을힘을 다하여 목숨만 살아남기를 하늘 보고 빌었다.
배는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흘러 다녔다.
집을 떠난 지 닷새째 되는 날에야 바람도 자고 물결도 잤다. 정신을 간신히 차렸으나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어디로 가야 섬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살아날까?”
하고 운명에 목숨을 맡겨 배가 흐르는 대로 맡기고 있는데. 이번에 흰 구름덩이가 하늘 저쪽에 보였다.
“또 폭풍우인가?”
“이제 정말 죽겠네.”
하고 있는데. 배가 구름에 가까이 갔는지 구름이 배에 가까이 다가왔는지 배와 구름과의 거리가 퍽 가까웠다.
배가 더욱 구름 가까이 다가갔다.
“섬이다!”
“섬이다!”
“하늘이 도왔다.”
하고 자세히 보니. 섬은 섬인데 사람이 살 것 같지는 않았다. 배는 고프고 양식은 다 되었다. 먹을 물도 없으니 섬에 올라 먹을 물이라도 구할 생각에 세 어 부는 섬으로 올랐다. 구름에 싸인 섬은 제법 컸다.
이 섬에는 대나무만이 우거져 있었다. 물이 날만 한 곳을 종일 돌아다녔으나 먹을 물은 없었다. 어부들은 실망했다. 희망을 가지고 섬에 올랐는데 실망하고 나니 힘이 더욱 빠져서 이제 한 발도 더 걷지 못할 지경
이었다.
“여기서 죽자.”
“죽을 때 죽더라도 살 때까지는 살아야지.”
“목숨을 하늘에 달렸어.”
“월 먹고 산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데.”
하고 있는데, 짙은 구름 사이로 밝은 빛은 빛 한 가닥이 비치었다. 그 빛이 차차 더 밝아 졌다. 어부들의 눈은 다 시 빛나기 시작했다.
“무엇일까?”
“좋은 일인가?”
“궂은일인가?”
“하는 수 없지.”
“두고 보자.”
하고 있는데, 그 빛이 더욱 밝아지더니 다시 희미해지면서 또 다른 물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와집이다.”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이다.”
“기와집이라니?”
어부들의 눈앞에 커다란 기와집이 나타났다. 어부들은 기운을 차렸다.
“살 수 있다.”
“살 수 있구말구.”
“하늘과 용왕이 돋는 게다.”
그러나 어부들은 어리둥절해서 보고만 있는데, 그 기와집 안에서 수염이 허연 노인이 나타났다. 노인의 수염은 희디희고 길었으며, 눈빛은 유난히 빛나서 똑똑히 쳐다볼 수가 없을 정도이었다.
“웬 사람들인가?”
그 말소리도 우렁찼다. 위엄이 있었다. 어부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그 노인 앞에서 꿇어앉았다. 그리고, 나이가 좀 많은 어부가 노인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였다.
“저희들은 우산국에 사는 어부 인데 닷새 전에 풍랑을 만나서 정처 없이 바람 따라 물결 따라 오다가 보니 여기 까지 왔습니다. 어르신네를 만나 뵈오니 이제 살아날 것만 같이 반기 한이 없습니다.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제발 살아온 우산국으로 가도록 해 주십시오.”
하고 빌었다.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하나?”
“우선 먹을 것과 마실 물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물은 없고, 먹을 것도 사람이 먹을 것이 없는데 !”
세 어부는 이상하게 여겼다. 사람이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을 무슨 말일까. 저 노인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가. 사람이 아니면 산신령인가, 신선인가, 아니면 짐승이 화한 것인가. 짐승이 화한 것이라면 저희들을 잡아먹으려는 게 아닐까. 아니, 용왕님이 우리를 도우려고 보낸 사자일 거야, 세 사람은 말도 못하고 제각기 생각만 하고 있는데, 노인은 옷소매를 뒤적뒤적 하더니 이상한 과일을 세 개 내어 놓아다.
“이것이나 먹게들.”
어부들이 그 과일 한 개씩 받아 들고 보니 보기보다는 퍽 무거웠다. 지금가지 보지 못한 이상한 과일이 이었다. 그 과일을 한 개씩 먹고 나니 목마른 줄을 모르겠다. 그러나. 하도 보고픈 다음이라서 몇 개만이라도 더 먹고 싶었다. 그러나, 많이 달라고 할 수는 없고,
“한 개씩만 더 주시오.”
하였더니,
노인은,
“아니, 이 사람들아, 그것 한 개만 먹으면 일 년은 살 수 있는데.”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배가 반도 안 찼다고 생각 했던 마음이 없어지고 배고픈 줄을 모르게 되었다.
하룻밤을 노인이 지정해 주는 방에서 지냈다. 다음날이 새었다. 노인이 어부들을 부르더니,
“자네들은 집으로 가야 하네. 집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가고 싶지마는 어디로 가야 할지 막연합니다.”
“그렇겠지. 내가 인도 하지.”
하면서 , 노인은 세 뱃사공과 돛단배에 함께 올랐다. 노인과 어부를 대운 배는 솔솔 부는 사람을 받아 잘도 흘렀다.
섬이 멀리 보였다.
성인봉이었다.
“이제 살았습니다.”
“이제 찾아가겠지?”
“고맙습니다, 어르신네.”
“뭐, 고마울 것이나, 자네들이 하도 착해서 도우는 것인데.”
노인은 옷소매에서 어제 주던 과일 새 개를 내어 어부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 과일은 햇볕을 받지 않도록 간수해야 하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쳐서 석 달 열흘 만에 먹어야 하네.”
“예 ! 알겠습니다.”
하며, 어부들은 하도 고마워서 머리를 조아렸다.
노인은 간 곳이 없다.
어부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말을 못 하였다.
하도 이상한 일이라서 눈만 휘둥그레졌다.
배는 울릉도에 닿았다.
죽었다고 생각 했던 사람들이 돌아왔으니 집안사람들이 모주 선창에 나와서 반기었다.
“굶은 사람 같지 않네.”
“그럴 일이 있었지.”
“그럴 일이라니?”
어부들이 돌아오지 온 섬에는 이상한 과일 이야기며, 안개에 싸인 섬 이야기며, 대나무만 우거진 섬 이야기며, 노인의 이야기로 밤을 새웠다.
다시 살아온 세 어부들은 밤낮 눈에서 빛이 났다. 섬사람들은 이 어부들이 먹은 과일을 딸 수만 있다면 큰 부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뜻 있는 사람들은 이 세 사람들을 꾀어서는 안개 싸인 섬을 찾으러 여러 번 나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섬을 찾으려고 나섰지마는 아무도 아직 이 섬을 찾아 못하였다.

산신령의 자장가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봄나물을 뜯으러 산에 올랐다가 손녀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산신령이 이 아이를 대려다가 잘 보살펴주었다는 이야기

물 맑은 동해안 작은 어촌 평해라 는 곳엔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평해 마을에 마음씨가 좋은 세 어부가 앞뒷집에서 사이좋게 살고 있었다.
그들은 일을 잘하고 착해서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들을 좋아했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같이 자랐으나 반평생을 보내도록 한 번도 다툰 일이 없었다.
세 어부는 돛단배 한척을 공동으로 사용해서 고기를 잡아 생계를 잇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세 어부들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귀에 익은 물새 울음소리를 들으며 출어 준비를 서둘렀다.
“오늘도 쾌청하겠군!”
한동안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물코를 만지작거리던 삼득이가 날씨가 좋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하던 일만 하고 있었다.
“나는 어젯밤 꿈에 신선을 봤는데 오늘은 재수가 좋아 고기가 많이 잡힐 거야.”
“녀석도 싱겁긴. 아침부터 웬 꿈 이야기야!”
옆에서 호칠이가 핀잔을 주었다.
“아니, 삼득이, 어젯밤 꿈에 신선을 봤다고?”
잠자코 있던 보광이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대회에 끼어들었다.
“꿈 얘긴 이제 그만들 해 뒤요. 있던 재수도 달아나겠다.”
호필이가 다시 핀잔을 주었다.
“그런 게 아니야, 나도 지난밤에 신선을 보아서 그러는 거란 말이야.”
“아니, 자네도? 그래 어쨌나?”
둘이 막 꿈 이야기를 하려는데 다시 호칠이가 나섰다.
“언제 떠나려고 들 늑장을 버리지? 어서 빨리 서두르세.”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오늘 운수는 그만일세.”
고기 자비 준비를 끝낸 배는 마침 내 돛폭에 가득바람을 안았다.
바람 따라 달리도록 배를 놓아 주면 세 사람은 할아버지로부터 아버지에게로, 아버지로부터 다시 그들에게 전해진 뱃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육지라곤 사방 어느 쪽에도 보이지 않는 바다.
그들은 한나절을 바다 가운데에서 보냈다.
꿈에 신선을 보아 운두 대길할 것이라고는 기운이 팔팔했던 아침과는 달리 셋은 풀죽은 모습들이었다.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한 것이다.
“거참, 이상하다.”
이렇게 한나절을 허탕 친 일이라곤 지금 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자네들 꿈에 나타났다는 신선들이 망령이 난 걸세.”
아까부터 호칠이는 투덜거리기만 했다.
“저것 좀 보게, 웬 구름이야? 큰일 났는데.”
호칠이가 투덜거리는 소리를 아무 말 없이 듣고 있던 삼득이가 갑자기 남녘 하늘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정말 큰일이군. 날씨 좋다고 이렇게 멀리 나왔는데.”
“예사로운 구름이 아니야.”
세 사람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들은 바닷바람에서 심한 폭풍을 느꼈다.
바람은 자꾸만 거세어졌다.
그에 따라 파도도 높아만 갔다.
어느새 하늘은 캄캄한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이렇게 갑자기 그름이 몰릴 수가 있나? 이런 일은 정말 처음이야.”
“좌우를 분간하지 못할 정도 인데 이걸 어떡하지?”
“무슨 조화가 나려고 이럴까?”
세 어부들은 난생 처음의 갑작스런 폭풍에 망연자실, 넋을 읽고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몰랐다.
“돛을 내려야지. 바람이 이렇게 거센데.”
문득 정신을 차린 호칠이가 소리치며 서둘렀다.
비는 쏟아지고, 파도는 산더미만 해졌다.
세 어부를 태운 배는 낙엽처럼 요동을 쳤다.
사방을 분간할 수 없으니 어느 쪽이 평해 인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짐작이 간다고 해도 배가 어부들의 마음대로 방향잡고 나가 줄 수가 없을 것이었다. 그들은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파도치는 대로 배를 내맡기고 있었다.
간밤 꿈에 웃으며 나타났다는 신선은 정녕 악귀의 둔갑인지도 모른다고 세 어부는 꿈속의 신선을 원망하기도 했다.
닷새 동안을 그들은 파도와 바람에 시달리며 바다에 떠 있었다.
닷새째의 아침에야 비로소 바람이 멎더니 하늘이 개기 시작했다.
바람이 멎자 파도도 그 기력이 다된 듯 잔잔해 졌다.
날은 갰지마는 세 어부는 기진맥진이었다.
방향을 알 수도 없었거니 과 닷새 동안 풍랑에 시달리며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체력이 다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돛폭도 올리지 못했다. 그저 금방이라도 까무러칠 듯 넋을 읽고 않아 있을 뿐이다.
“졸린다. 잠이나 실컷 잤으면 좋겠다.”
“그것보다는 배가 고파 죽겠는걸.”
피로와 시장기가 한꺼번에 몰려 왔다. 햇살이 뻗치기 시작하자 자욱하던 안개도 걷혔다.
바로 그 때였다.
“저, 저게 섬이 아니야?”
호칠이가 외쳤다.
“어디야, 어디?”
“정말 섬일세, 섬이야. 자네가 헛본 것이 아니야.”
숲이 우거진 조그마한 섬이 멀리 보였다.
그들은 살 길을 찾은 듯이 기운을 차려 돛을 올렸다.
이윽고 그들은 섬에 다다랐다.
섬에는 대나무가 푸르게 무성했다.
그 대나무 사이로 온 섬을 귀지고 다였으나 인가는 눈에 뛰지 않았다.
그들의 한 줄기 희망이 사라여 버렸다.
그들은 풀밭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눈을 감기려 하고 시장기는 더해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한 채 침통하게 침묵을 지켰다. 사실 말을 할 기운도 없었다.
그때였다.
그들 눈앞 대나무 숲에서 안개 비슷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세 어부는 넋을 읽고 있을 뿐 호기심이나 기대도 가지지 않았다.
밝은 안개 같은 것이 점점 더 그 촉을 넓혀 갔다.
열어지기 시작한 안개 기운 속에 무엇인가 굉장히 큰 것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 어부는 마치 저승에라도 간 듯 한마음으로 무언가가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세 어부는 정신이 번쩍 났다.
마침내 모습을 나타낸 것은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이었다.
어안이 벙벙해서 세 어부가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을 때 육중한 대문이 스르르 열렷다. 그러더니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나타났다.
하얀 옷의 노인은 눈에서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노인은 허연 수염을 쓰다듬으며 세 어부를 지그시 훑어보고 빙그레 웃었다.
그 웃는 품이 어떻게나 자애로운지 세 어부는 엎어지며 노인 앞으로 달려갔다.
“허허, 먼 길에 수고들 많으셨소이다. 어서들 오시오.”
노인은 옷깃을 펄럭이며 앞으로 두어 걸음 나서서 세 어부를 맞았다.
“노인 ! 닷새를 굶었습니다. 살리는 시 셈 치시고 먹을 것을 좀 주십시오.”
호칠이가 먼저 사정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허허, 그래요. 물이야 많지마는 인간들이 먹을 밥이 없는데 어떡한다!”
“노인님, 우리 셋은 굶어서 닷새를 폭풍우에 시달렸습니다. 지금 기진맥진 죽을 지경입니다. 소원입니다. 먹을 것을 좀 주십시오.”
“정말입니다. 닷새를 꼬박 굶었습니다.”
세 어부는 애걸복걸 빌면서 힘없는 얼굴을 들어 노인을 보았다.
“그렇게 배가 고프시다면 이 열매라도 들어 보시오.”
향기가 은은히 풍기는 새빨간 열매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세 어부는 달려들어, 노인이 소맷자락에서 꺼내어 주는 열매를 자꾸만 받아먹었다.
그들은 열매의 맛도 모르고 건성 입에 넣어 깨물어 삼켰다.
그렇게 자꾸만 먹어도 시장기는 가시지 않고 배는 여전히 고팠다.
“화식을 하는 인간들이라 할 수 없군. 그 열매 하나면 족히 일 년을 살 수 있는데, 앉은 자리에서 몇 개를 먹어 치우고도 배가 고프다고 하니, 이를 어쩐다!”
노인은 딱한 포정이었다.
“정말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니 웬일입니까?”
“그렇습니다. 아직도 배가 고픕니다.”
세 어부는 염치없이 노인에게 빌었다.
“할 수 없구나! 내가 이 길로 나가서 밥을 구해 올 것이니 배고프더라도 잠깐만 참고 기다리시오.”
아닌 게 아니라 노인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돌아 왔다.
노인이 들고 온 그릇 속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나고 있었다.
절에서 제 지날 때 쓰는 큰 그릇 속에 하얀 쌀밥이 그득했다.
세 어부들은 감사하다는 말도 잊은 채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하여 잠깐사이에 그릇을 말끔히 비웠다.
배가 웬만큼 불러 오자 세 어부는 면구스러워서 노인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날도 저물었으니 이제 자리에 들도록 하고 날이 새거든 아침 일찍 떠나도록 하오. 이 그릇은 양산 통도사에서 빌려 온 것이니 돌아가는 길에 들러서 돌려주시오.”
세 어부는 끓어 엎드려서 노인에게 감사를 했다.
배가 불러지고서야 노인이 꿈에서 본 신선인 것을 깨달았다.
하룻밤을 푹 쉰 어부들은 상쾌한 정신으로 새벽을 맞았다.
그들은 일어나기가 바쁘게 떠날 채비를 마치고서는 노인 앞에서 나가 떠날 뜻을 비쳤다.
노인은 처음으로 어부들을 맞을 때처럼 인자한 미소를 띤 얼굴로 그들을 한 차례 둘러보니 소맷자락을 떨쳐 열매를 꺼냈다.
어제 그들이 몇 개씩이나 먹던 그 새빨간 열매였다.
노인은 새 개를 세 어부에게 각각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이 열매를 햇볕이 들지 않도록 품에 잘들 간직하여 두었다가 석 달 열흘을 채운 뒤 꺼내 먹으시오. 그렇게 하면 눈이 맑아져서 이 섬을 찾아 올 수 있을 것이오. 그때는 식구들까지 함께 와서 화락하게 사시오. 이 섬에 와서 살게 되면 걱정 근심이 씻은 듯이 사라질 것이오. 대절 구를 만들어 쌀을 쪄 찧어 먹으며 잘살게 될 것이니 내 말을 흘려듣지 마시오. 내가 그대들이 돌아갈 길을 가르쳐 드리리다.”
노인은 어부들에게 돌아갈 길을 가르쳐 준 다음 홀연 바람과 같이 가라져 벼렸다.
노인과 함께 기와집도 간 데가 없었으며, 어부들은 섬에 당도하여 지쳐 쓰러졌을 때처럼 풀밭에 있었다.
어부들은 노인으로부터 받은 열매를 각기 소중히 품안에 간직했다.
그들은 노인이 서 있던 자리를 향해 몇 번이고 절을 한 다음 섬을 떠났다.
노인이 가르쳐 준 대로 한참 바를 저여 가자 울산 방어진에 다다랐다.
그들은 그 곳 부둣가에 배를 태고 노인의 말대로 그릇을 돌려주기 위해 양산 통도사를 찾았다.
“스님 ! 이 절에서 며칠 전 그릇을 빌려 주신 적이 있습니까? 돌려 드리러 왔습니다.”
호칠이가 그릇을 돌려주며 한 스님에게 물었다.
“예, 사흘 전인가 봅니다. 풍채 좋은 한 노인이 하얀 옷깃을 바람에 나부끼며 나타나서 그릇을 빌려 가며 오늘 돌려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스님은 사실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릇을 전한 뒤 어부들은 그길로 고향인 평해로 돌아왔다.
세월은 쉬지 않고 흘러서 어부들이 섬을 떠나온 지 석 달 열흘이 되었다.
그들이 신선으로부터 열매를 받아 고이 간직한 지 백 일이 된 것이다.
그들은 품안에서 열매를 떠내 먹었다.
열매를 백 일 전과 마찬가지로 은은한 향기를 뿜었으나 맛은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열매를 먹자마자 그들의 눈에는 전과는 달리 광채가 감돌았다.
그들은 스스로도 전보다 세상이 몇 갑절 더 환하게 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노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날을 받아 그들은 가족들과 함께 뱃길을 떠났다.
그들이 가족들과 함께 섬에 이르자 예전엔 분명 하나였던 섬이 셋이 되어 나란히 솟아 있었다. 그들은 차례차례 한 섬씩 차지하였다.
그리고 노인이 남긴 말대로 근심 걱정이 없어 항상 웃는 얼굴로 여생을 행복하게 보냈다.
마음씨 착하고 의가 좋은 세 어부를 갸륵히 여긴 해신이 그들 세 어부에게 각각 섬을 주어서 단란하게 사도록 해 주었던 것이다.
그 세 섬은 그야말로 지상의 낙원이었다.
이 섬을 차지한 세 어부를 일컬어 해공이라 했다.
이 전설을 전해들은 후세 사람들은 그 섬을 죽도라고 했다.
지금도 죽도라고 하는 섬이 있기는 하지마는 전설의 그 섬의 정확한 위치를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 섬은 항상 짙은 안개로 가려져 있어서 보통 사람들은 가까이 다가가도 알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언젠가 한 번 울진의 한 어부가 죽도에서 떠내려 온 듯싶은 커다란 대나무 절구를 건졌다고 한다.
그 절구는 아름이 넘는 대나무를 통째로 잘라서 만든 것이었다고 한다.
― 박 영준 ; (한국의 전설) 제 1권 p.239에서

자비굴

고기잡이 나갔던 어부가 풍랑을 만나 죽을뻔하다가 작은섬에 피신하게 되고, 아내의 꿈에 나타나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어 구조됨

눈도 아직 다 녹기 전부터 부녀자들은 성인봉을 중심으로 산에 올라가서 향기 좋은 나물을 캐어서는 모았다가 식량으로 하기도 하고 팔아서 돈을 장만하였다.
울릉도가 재개 척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의 일이라고 한다.
지금의 본천 부라는 마을에 가난한 농가가 있었다.
봄이 되자 하루는 이 집 할머니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열 살 난 손녀를 데리고 나물을 캐러 나섰다.
처음 산에 오르기 시작해서는 마을 사람들이 한데 뭉쳐 다녔으나 차차 산으로 오름에 따라서 서로서로 좋은 나물을 많이 캐려는 욕심에서 숲으로, 언덕으로 갈라지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다른 날보다 값나갈 나물이 더 많아서 신나게 나물을 뜯고 캤다. 나물을 뜯는 사이 어느덧 마을 사람들과 해어졌고, 같이 다녀야 할 손녀마져도 아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날따라 안개도 약간 끼어 있었다. 해도 다 되어 가는 것 같아서,
“순아 ! ”
“순아 ! ”
하고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한 사람 두 사람씩 마을 사름들이 나물 보퉁이를 이고 나타났으며 순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방정맞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순아 ! ”
“순아 ! ”
같이 갔던 마을 사람들도 합심해서 불러 보고 찾아보았으나 대답이 없었다.
예삿일이 아니었다.
마을로 내려가서 마을 젊은이들을 불러 왔다.
횃불을 켜 들고 온 산을 이 잡듯이 뒤졌다.
대답이 없었다.
보이지도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며 할머니는 실망했다.
봄날 새벽은 환히 밝아 왔다.
“여기 있다. 순이다.”
하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 왔다.
마을 한 청년의 목소리였다.
수십 길 절벽 밑에 가물가물 순이의 모습이 보였다.
거기서 아직까지 아무도 갈 수 없는 곳으로 알려진 매우 험한 곳이었다.
“순아 ! ”
“여기 있어 ! ”
마을 사람도 순이도 반가웠다. 그러나 순이를 구해내기가 막막했다.
마을로 가서 밧줄을 구해 왔다.
날쌘 젊은이가 밧줄을 타고 낭떠러지로 나려갔다.
순이는 밧줄에 달린 광주리에 앉혀서 안전지대로 구출되었다.
젊은이도 무사히 밧줄을 타고 올라왔다.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그 험한 곳까지 어린아이가 갈 수 있었는가가 궁금해졌다.
“귀신이 데리고 간 것이겠지.”
“귀신이 데리고 갔어.”
“이상한 일도 있지.”
하고 이상하게만 여겼다.
순이가 구출되자 순이는 까무러쳤다. 그 낭떠러지 밑에 있을 때는 정신이 말똥말똥하더니 마을로 구출되자 실신한 것이다. 더욱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백방으로 선을 써서 순이가 깨어나 정신을 차려서야 할머니는 순이에게 물었다.
“어쩌다가 거길 갔어?”
“나도 몰라.”
“장정도 잘 못 가는 곳인데 어떻게 갔어?”
“나도 모른다니까.”
“이상하지, 어떻게 됐는지 생각을 더듬어 봐.”
“글쎄, 나물을 뜯다가 보니 해가 저물어서 잠이 들었는데, 수염이 허연 노인이 와서 깨우면서, 여기서 자면 안 되니 따라오라 하기에 따라갔더니, 큰 기와집이 있고, 폭신촉신한 이불이 깔려 있어서 거기서 잤어. 자장가도 불러 주고 하기에 편안하게 잤지머.”
“그것뿐이야?”
“그렇지 뭐. 집도 좋고 꽃들고 피어 있던데.”
“우리가 횃불을 켜 들고 불러 댔는데 안들리더냐?”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날이 새어서야 마을 사람이 부르는 소리를 들었지.”
“그랬구나.”
“할머니, 미안해.”
열 살 난 아이 같지 않게 어르너럼 말하였다.
이런 일이 있고부터는 나물 캐러 갈때는 꼭 두세 사람이 뭉쳐서 다니기로 되었다고 한다.
성인봉에는 산신령님이 있어서 울릉도의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이때부터 라고 한다. 성인봉이라는 산 이름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한다.

너도밤나무

산신령의 명으로 사람들이 밤나무 백 그루를 심었으나 한그루가 모자랐다. 산신령이 대노하여 벌을 내리려고 하는데 옆의 작은 나무가 나도밤나무라 하여 위기를 모면하였다.

울릉도라고 하면 울릉도의 큰 섬이 있고, 그 옆에 동쪽으로 200미터쯤 떨어져서 까끼섬 또는 관음도라는 섬이 있는데, 쥐가 약 1,500미터 쯤 되며, 다시 동쪽으로 3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댓섬 데는 죽도라고 하는, 주위가 4킬로미터쯤 되는 섬이 있다.
이 댓섬에는 큰 배가 한 척쯤 들어갈 수 있는 굴이 몇 개 있다.
그중에 북쪽에 조그마한 굴이 있다. 이 굴은 자비굴이라고 한다. 이굴을 자비굴이라고 이름붙이게 된 원인은 1930년대에 있었던 것 같고, 이름은 1970년대에 이 곳을 찾았다가 여기에서 얽힌 사연을 들은 어느 시인이 지은 것이라고 한다.
어느 날 배를 밀어서 바다에 나갈 때는 바람이 잔잔하더니 오후에는 거센 바람이 불고 그것을 태풍으로 변하하여 파도가 집채처럼 높았다. 그 때는 돛단배이었으니 배도 그리 크지 않았다. 고기잡이 갔던 배가 본섬까지 오지를 못하고 이 댓섬을 방파제 삼아 죽을 힘을 다하여 파도를 피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나 그 때의 관광서에서는 횃불을 켜서 섬을 알리도 하고 배가 오는가를 바닷가에 나가 보았지마는 배는 대부분 어디론지 사라지고 없었다.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가 잠이 든 한 아내가 있었는데, 밤이 깊어서 꿈에 현몽한 남편의 모습을 보았다.
“나는 여기 있다.”
“여기가 어디요?”
“죽도의 굴에 있어.”
“몸은 성하오?”
“아직은 괜찮아.”
“조심하세요.”
마치 생시에 만난 것 같았다.
파도는 이틀을 거세게 날뛰더니 차차 고개를 숙였다.
배만 바닷가에 떠오기도 했다.
몇 사람만 살아온 배도 있었다.
꿈을 꾸었다는 사람의 남편의 배는 조각조각 바닷가에 떠 다녔다.
“죽었구나.”
“아까운 사람이다.”
하고 모두 슬퍼하였다.
그러나, 꿈을 꾼 일이 있는 그의 아내는 꿈을 생각해 내고자는 아직 살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젯밤 꿈이 이상하였어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골똘히 생각하니 그런 게지.”
등등 말로 위로나 할 뿐 아무도 그의 아내의 말을 믿지 않았다.
3일째도 똑같은 꿈을 꾸었다.
“나는 죽을 힘을 다하고 있는데 뭘 하는거야. 빨리 댓섬으로 와봐라. 그리고 나를 구해야지.”
하는것이다.
그 위 아내는 연 3일 꿈을 똑같게 꾸기도 어렵거니와 어쩐지 그 댓섬의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만 같았다.
도동에 있는 관청을 찾아가서 간곡히 댓섬을 수색해줄 것을 청했다.
하도 열심히 애원하니까 소방대원이다 청년회원이다. 모아서 수색대를 편성하여 댓섬을 한 바취 돌게 했다.
이 자비굴은 그리 크지는 않으나 이 굴의 맞은편 바위가 마치 사람이 매달려서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좀 앞으로 튀어 나온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에 사람이 매달려 있었다.
나흘 만에 사람들을 만난 그 어부는 모기 소리 같은 소리를 질렀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파도 소리가 아직 높아서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고 눈으로만 볼수 있었다.
밧줄을 가져 오너라, 삿대를 올려라, 이래라 저래라 하여 고드름 같은 어부를 구해내었다.
섬 일대는 울음과 웃음의 도가니였다.
“언 사람은 찬 방에 뉘어라.”
“마음을 먹여라.”
“하늘이 도왔다.”
“부인의 꿈이 신기했지.”
“부부 금슬이 좋아서 하늘이 도운게지.”
“예사 사람이 아닌 모양이야.”
이렇게들 화제가 되었고, 그 어부는 그 때 깨어나서 약10년 동안 더 살다가 죽었다고 한다.

삼선암(세 선녀 이야기)

옛날 세 명의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노닐다가 하늘로 올라갈 시간을 놓쳐 벌을 받아 3개의 돌섬이 되었다는 이야기

옛날 이야기이다. 이 섬에 사람들이 처음 살시 시작할때의 이야기라고 한다. 태하재를 올라가는 데 너도밤나무 숲이 지금도 있고 이 숲은 천연 기념물로 되어 있다. 이 너도밤나무 숲의 이야기이다.
하루는 산신령이 와서 마을 사람들이게 이르기를,
“이 산에 밤나무를 백구루만 심어라.”
고 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밤 나무 백그루를 심었다. 밤나무 백 그루를 심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하루만 만에 다 심었다. 심은 밤나무는 싹이 나고 잎이 나고 잘자랐다.
어느 날 산신령이 또 찾아왔다.
“밤나무 백 그루를 심었느냐?”
“예, 백 그루 심었습니다.”
“틀림없것다.”
“예, 틀림없이 심었습니다.”
“만약 틀리면 해를 볼겄다.”
“그럼, 같이 세어 보자.”
“하나, 둘, 셋, 넷······”
한그루가 모자랐다.
“하나, 둘, 셋, 넷······”
또 세어도 한 그루가 모자랐다.
산신령은 화가 났다.
“이놈들, 나를 속이다니?”
“예, 죽여주십시오. 사실 백 그루를 심었습니다.”
“그럼, 왜 한그루가 모자라는고?”
“신기한 노릇입니다.”
“정녕 심기는 백 그루를 심었것다.”
“예.”
“그럼 다시 세어 보자. 이번에 세어 보아 한 나무가 역시 모자라면 벌을 줄 터이니 그리 알아라.”
“예, 달게 받겠습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마을 사람들은 사시나무 떨 듯 떨었다. 여러 번 세 어도 99그루밖에 안되던 밤나무가 그 사이에 한 그루 더 있을 턱이 없다. 심기야 백 그루 심었지마는 그 동안에 한그루가 말라 죽은 모양이다. 이번에도 백 그루가 안 되면 마을 사람들은 큰 벌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산에 사는 나무들은 그 동안 마을 사람들과 낯이 익었다.
마을 사람들이 벌을 받을까 봐 벌벌 떠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무들도 떨렸다.겁이 났다.
“마을사람들이 벌을 받으면 어쩐담.”
“글세 말이야.”
“무슨좋은 수가 없을까?”
소나무도, 섬잣나무도, 밤나무도, 동백나무도, 햇솔나무도, 명이도 깍새도 모두 걱정을 하고 있었다.
“아흔 여섯, 아흔 일곱, 아흔 여덟, 아흔 아홉.”
모두 눈이 둥그래질 수밖에, 역시 밤나는 아흔 아홉 그루였다.
그런데, 그런데 뜻밖에도 옆에 섰던 조그마한 나무한 그루가
“나도밤나무!”
하고 외쳤다. 나무들고 마을 사람들고 한숨을 쉬었다.
“너두밤나무냐?”
“예.”
“틀립없지?”
“예.”
“틀림없것다?”
“예.”
“틀림이 있으면 벌을 받을라.”
“예.”
산신령은 그 뒤로 이 밤나무들을 잘 가꾸었다. 심년이 가고, 백년이가고, 천년이가고, 밤나무는 한 그루 두 그루 늙어서 없어지고, 지금은 ‘너도 밤나무’만이 숲을 이루고 있다.

대풍령

옛날부터 배가 많이 드나들었는데 이 배를 메어두기 위해 이곳에 구멍을 뚫어 배를 메었고 또 돛단배이기 때문에 바람이 불어야 하고 그 바람을 기다린다고 해서 대풍령이라고 불렀다.

북면의 죽암 마을과 섬목 마을을 지나는 바다 한가운데 깎아 세운 듯한 3개의 기암에는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세 선녀의 슬픈 전설이 담겨 있다.
옛날 세 명의 선녀가 울릉도의 맑은 물과 빼어난 경치에 마음을 빼앗겨 종종 이 곳에 내려와 놀고 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참을 놀다 보니 하늘의 문이 닫힐 시간이 가까워져 서둘러 올라가려고 하였으나 막내선녀가 조금만 더 놀다가자며 조르는 탓에 그만 하늘로 올라갈 시간을 놓쳐 버렸다. 이 사실을 안 옥황상제는 불같이 화를 내며 세 선녀를 바위로 만들어 버렸다.
멀리서는 2개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3개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제일 작은 바위가 일선암으로 막내바위이다. 그 모양이 가위처럼 생겨 가시개 또는 가위 바위라고도 하는데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가장 많이 받아 풀들도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하늘을 바라보며 애처로운 모습을 한 채 바위로 굳어버린 세 선녀의 마음이 슬프게 전해온다.

산삼에 대한 전설(1)

정모씨라는 채약자가 울릉도검찰사로부터 ‘울릉도 산신에게 명하노니 정모씨에게 산삼 한 뿌리를 주라’는 명령서를 받아 산삼을 채삼함

태하에는 현재 유인등대가 있다. 이 등대 아래 대풍령이라는 고개가 있다. 이 고개 밑에는 시퍼런 바다가 출렁이고 있다. 이곳에는 옛날부터 배가 많이 드나들었는데 이 배를 메어두기 위해 이곳에 구멍을 뚫어 배를 메었고 또 돛단배이기 때문에 바람이 불어야 하고 그 바람을 기다린다고 해서 대풍령이라고 불렀다.
이 고개에는 작은 구멍뿐만이 아니고 큰 굴이 있었는데 이 굴이 옛날에는 육지와 연결되어 있었고 이 굴을 이용하여 큰 도둑들이 이곳의 보물을 많이 훔쳐갔다. 그래서 보다 못한 어떤 도인이 이 굴을 술을 써서 막아버렸다고 한다.

산삼에 대한 전설(2)

낮잠중 백발노인이 나타나 산삼을 점지해주고는 홀연히 사라졌으나, 노인이 지시한 대로 하니 수백년 묵은 산삼을 채삼하게 되었음

숙종조에 경주에 사는 정모씨가 채약차 울릉도에 잠입하여 삼막에서 준비하여 온 여러 가지 제물을 차려놓고 지성껏 제사를 올리고 채약차 입산하였다. 연일 산천을 헤매었으나 산삼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이런 일이 수일간, 기진맥진한 동시 식량도 없어지고 하여 뒤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경주로 귀향한 정씨는 익년에 또다시 잠입 채삼하였으나 허사였다. 이러기 수 삼년 가산도 탕진되고 일가족이 유유걸식하지 않으면 생계가 곤란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나머지 가재를 긁어모아 최종 재차일거로 울릉도에 잠입하였다. 생사를 건 일이라서 전번보다 더욱 지성을 다하여 제사하고 채삼길에 올랐으나 역시 허사였으며 몇 번이나 죽으려고도 하였다.
이 때 마침 삼척첨사겸, 울릉도검찰사인 장한상이 검찰차 울릉도에 왔다. 이를 안 정씨는 ‘옳지, 좋은 수가 있다.’하고 검찰사 앞에 나아가 애청을 하였다.
“검찰사 영감 소인에게 산삼 한대만 점지하여 주십시오.”
이 말에 놀란 장 검찰사는,
“무슨 말인고?”
“영감! 소인의 말씀을 잘 듣고 처리하여 주십시오.”
하고 정씨가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장 검찰사는 답하기를,
“그렇다면, 나에게 산삼을 점지케 하여 달라는 청을 하나, 내가 어떻게 너에게 산삼을 점지케 할 수 있겠는고?”
하고 말하자, 정씨는
“아무리 산신령이라 할지라도, 어찌 검찰사 영감의 명령을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소인에게 산삼 한 뿌리만 주라고 명령서 한 장만 써 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가소롭기는 하나 그럴듯하게 생각한 장검찰사는 재미 삼아 명령서를 한 장 써 주기로 작정하였다.
三陟僉使兼 鬱陵島檢察使 張漢相
命于鬱陵山神 以慶州鄭某 不與山蔘則
不可居此 速去此山 往於他山
年 月 日
三陟僉使兼 鬱陵島檢察使 張漢相
卽, ‘三陟僉使兼 鬱陵島檢察使 張漢相은 울릉도 산신에게 명하노니 경주에 사는 정모에게 산삼 한 뿌리를 주지 않을 진데, 빨리 이 산을 떠나서 다른 산으로 가라’
이렇게 울릉도 산신에게 명하는 글을 써 주자. 정모는 백배 사례하고 돌아가서 장 검찰사의 명령서를 걸어두고 지성껏 제사를 지냈다. 그날 밤에 여신이 꿈에 나타나서(울릉도 성인봉의 산신은 여신이라고 한다.) 당황한 기색으로
‘여보시오, 鄭公. 내가 공에게 산삼 한 뿌리도 드리지 못하였음을 죄송하게 생각하오. 이제 공에게 산삼 한 뿌리를 드리겠으니 아무 산 아무 계곡 아무 나무 밑에 가면 산삼 한 대가 있을 터이니 채취하여 서울 남대문전에 사는 아무에게 파시오. 고가로 팔릴 것이며 공의 일생동안 먹고 살만할 것이오. 그리고 산삼을 채취한 후에는 시급하게 검찰사에게 가서 그 명령서를 거두어 달라고 하시오. 어느 산에나 모두 주 왕이 있는데 내가 이 산을 떠나면 어느 산에 가서 의지할 수 있겠소’
하였다. 정씨는 깨어보니 꿈이었다. 신기하게 생각한 정씨는 산신이 시키는 대로 굵직한 산삼 한 뿌리를 채취하였으며 검찰사에게 명령서를 철회케 하고 그 산삼을 팔아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